한때는 각광받던 카페 주 고객층 '카공족'
일부 상식 밖의 카공족으로 인한 업주와 이용객의 불편 접수 증가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보이는 카공족 배척의 움직임 논란

 

23.01.19. 서울시 중구에 있는 투썸플레이스 매장에 붙은 안내문. [사진=고문진 기자]
23.01.19. 서울시 중구에 있는 투썸플레이스 매장에 붙은 안내문. [사진=고문진 기자]

[시사프라임/고문진 기자] "이곳은 콘센트 사용 불가한 매장입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초반 직장인 A씨(여)는 얼마 전 외근 중에 노트북 사용을 위해 인근 프랜차이즈 카페에 들어갔다.

직업의 특성상 매일 노트북을 통해 업무를 보는 A씨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카페 내에 들어서자마자 콘센트를 꽂을 수 있는 자리부터 확인한 후 짐을 내려두고 음료를 주문했다.

그런데 충전선을 연결한 노트북에는 아무리 기다려도 빨간불이 들어오지 않았고 알고 보니 '해당 매장은 콘센트 사용이 불가한 곳'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빠르게 해결해야 할 업무가 있어 바로 다른 장소로 이동하고 싶었으나, 이미 제조에 들어간 메뉴를 취소할 수 없기에 A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기다렸다.

A씨가 점원에게 콘센트 사용이 불가한 이유를 묻자 점원은 "원래 여기는 콘센트 사용이 불가한 매장입니다"라고 답변했다.

매일 다양한 카페를 이용하는 A씨의 눈에 해당 매장의 일부 테이블 구조는 누가 봐도 애초에 콘센트 사용객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였는데 '원래 사용이 불가한 매장'이라는 점원의 말은 설득력이 없었다.

◆ 카공족, 그들은 누구인가

'카공족'은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유행어로, 크게는 카페에서 음료 등을 주문하고 책이나 노트북 등으로 혼자 공부를 하거나 업무를 보는 유형(카피스족), 스터디그룹처럼 공부 모임이나 조별 과제 혹은 비즈니스 미팅 등을 하는 유형이 있다.

주로 대학가 등 학교 근처의 카페에서 많이 볼 수 있으며, 특히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카공족을 발견하기 쉽다. 종종 동네의 작은 커피전문점에도 자리 잡고 있다.

카공족 발생 원인으로는 ▲사회적 촉진 효과의 기대(커피하우스 이펙트) ▲휴식에 대한 유혹 및 집중력 저하 극복 ▲적당한 소음 제공 및 분위기 형성 ▲접근 및 편의시설 사용 용이성 등을 들 수 있다.

이 중 커피하우스 이펙트(Coffeehouse effect) 자신이 관찰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자신의 행동을 바꾸거나 작업 능률이 올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카페에서 공부하면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의식하고 그들에게 모범적인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공부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오늘날 1인 가구 증가와 협소해진 도시의 공간 문제가 사람의 집중력과 인식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있는데, 카페는 이런 만성적인 공간 문제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적당한 크기의 공간을 제공하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의 단위 면적당 커피숍 개수가 매우 많은 이유도 소상공인 창업의 용이함과 더불어 카공족처럼 커피숍의 공간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을 원인으로 들 수 있다.

어느 방송에서 건축가 유현준은 "그래서 카페를 요식업이 아닌 '초단기 거실렌탈업'으로 이해해야 카공족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더불어 코로나 이후 도서관 등 인구 밀집도가 높은 공공장소 이용 제한에 학생들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인근 카페로 향하게 됐고, 와이파이와 콘센트 등의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카페에서 카페인 충전과 함께하는 효율적인 스터디 타임은 카공족들로 하여금 만족도를 끌어 올리기에 충분했다.

2010년 이후 카공족은 어딜 가나 흔히 볼 수 있는 카페 문화 중 하나로 자리 잡을 정도로 보편화 되었으나, 이들을 보는 불편한 시선들 역시 늘어나는 실정이다.

◆ 업주에게는 "회전율 떨어뜨리는 주범", 일반 이용객들에게는 "프로 불편러"

한 바리스타 커뮤니티에 '카공족을 꺼리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게시물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카공족 중에서도 정상적인 분들이 훨씬 많을 텐데 일부 예민한 카공족들을 경험한 분들의 사례가 크게 부각되어 카공족 전체를 바라보는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질된 것 아니냐"는 질문을 했다.

이에 여러 댓글이 달렸는데 주를 이루는 내용은 "상식선에서 정상적인 범주로 카페를 이용하는 카공족이라면 누구든 환영하지만, 요즘 그렇지 않은 카공족이 생각보다 많아 안 좋은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였다.

소규모 커피전문점의 경우 대형 프랜차이즈에 비해 매장 규모가 작아 테이블 회전율이 당일 매출에 직결되는데, 이런 곳에 아메리카노 한 잔 시키고 장시간 앉아서 전기 끌어 쓰고 심지어 짐을 그대로 두고 중간에 식사 등 외부 일정을 보고 오는 카공족이라면 업주로서는 정말 불편한 고객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일부 예민한 카공족들은 카페의 본질을 잊고 본인의 공부에 조금이라도 방해가 되는 듯 느껴지면 클레임을 거는 이른바 '프로 불편러'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댓글 중에 "커피는 원래 차를 마시는 곳이지 공부하는 곳이 아니다. 내 돈 주고 얼마를 앉아 있던 무슨 문제이며, 공부에 방해돼서 떠들지 말라고 말하는 게 무슨 문제냐고 하는데 밥집에서 그런 사람은 없지 않느냐"는 내용도 있었다.

그래서 실제 대학가 인근 카페에는 스터디 존을 층 혹은 구역으로 나눠서 운영하는 경우들이 많다. 

◆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매장 구조 리모델링을 통한 카공족 배척?

소규모 커피전문점과는 달리 대형 프랜차이즈는 카공족으로 인한 회전율 저하가 매출 증대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분석이 있었다. 되려 카페 이용객이 많아 보이는 효과를 주어 카공족을 반기는 추세였다.

하지만 이들도 4~5년 전부터 카공족을 배척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2018년 스타벅스 노량진점에 콘센트 사용 가능 테이블 수가 적어 "카공족을 차단하려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당시 스타벅스 측은 "매장을 리뉴얼하며 고객들의 니즈에 맞춰 콘센트가 설치된 좌석 대신 편한 좌석을 일부 늘린 것은 맞지만, 콘센트를 줄이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는 해명과 함께 해당 매장의 콘센트 개수를 늘렸다.

2019년 서울 성수동에 국내 1호점 영업을 시작한 블루보틀은 '커피를 즐기는 경험을 극대화한다'는 컨셉으로 전 매장에 와이파이와 콘센트를 설치하지 않는다. 차 한 잔의 여유가 목적이 아닌 카공족의 입장에서는 믿고 거르는 매장일 수밖에 없다.

커피빈 역시 '커피에만 집중하겠다'는 영업 방침을 고수했다가 카공족의 외면으로 끝없는 매출 하락를 맞본 대표적인 브랜드이다. 경쟁사에 한참 밀리는 실적 차이에 결국 커피빈은 와이파이와 콘센트를 늘리기 시작했다.

반면, 할리스의 경우 카공족을 모시기 위해 꾸준히 라이브러리 콘셉의 매장 구조를 고수하여 매출 상승과 고객의 긍정적 반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케이스다.

이들은 오랜 시간 앉아 공부하는 카공족을 위해 식사 대용 베이커리 메뉴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객단가를 높이겠다는 목표로 꾸준히 카공족에 집중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프라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