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젊음의 상징에서 관광객 필수 코스로
코로나19 이전만큼은 아니어도 활기 되찾아
급등한 길거리 음식 가격에 내국인은 "글쎄"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쳐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외부 활동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 기간 무너진 상권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외국 관광객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코로나19 이전 상황으로 회복까진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수요가 썰물처럼 빠져 직격탄을 맞은 국내 유명 상권은 버티기 중이다. 본지는 유명 상권을 중심으로 현 상황, 상권 내 소상공인의 목소리, 상권 회복에 대한 대책은 없는지 등을 담아봤다. [편집자 주] 

23. 4. 23.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명동예술극장 앞의 모습. 확실히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던 때와는 다르게 많은 관광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진=백나은 기자]
23. 4. 23.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명동예술극장 앞의 모습. 확실히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던 때와는 다르게 많은 관광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진=백나은 기자]

[시사프라임 / 백나은 기자]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명동은 대학로와 함께 젊음의 상징이었다.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 곳이자 음악과 춤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거리공연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뽐내는 곳이기도 했다. 유명 쇼핑몰 앞에서는 댄스경연대회 같은 행사가 자주 열릴 정도로 내국인을 상대로 한 가게와 노점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던 곳이 어느 순간 외국인 관광객들의 대거 유입으로 풍토가 바뀌게 된다. 유명 화장품 체인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곳곳에서는 중국어와 일본어가 어렵지 않게 들려왔다. 기자 또한 화장품 가게나 음식점에 들어설 때 종종 “이랏샤이마세(いらっしゃいませ, 어서 오세요)”를 듣곤 했다.

1990년대 후반 중구 필동에 위치한 대학에 다녔다던 A씨는 “공강(강의와 강의 사이의 빈 시간) 시간이 길면 학교에서 명동까지 걸어서 자주 왔었다”며 “그때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지 않았다. 졸업 후 직장에 다니면서 한동안 명동에 나오지 않다가 오랜만에 나왔을 때 일본 및 중국 관광객들이 많은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명동에 다니는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 마련을 위해 유명 가수가 주기적으로 공연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며 “옛날에는 이곳 명동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든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추억을 만들기에는 문화가 너무 많이 변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23. 4. 23.  예전에 비해 노점상이 감소하긴 했지만, 다시금 그 모습을 드러낸 노점상들로 명동 거리가 활기를 띠고 있다. [사진=백나은 기자]
23. 4. 23.  예전에 비해 노점상이 감소하긴 했지만, 다시금 그 모습을 드러낸 노점상들로 명동 거리가 활기를 띠고 있다. [사진=백나은 기자]

◆ 활기 찾은 명동

코로나19 직격탄으로 사라진 것은 관광객만이 아니었다. 상가마다 공실률은 늘어 가고, 이동하기 힘들 정도로 거리를 가득 메우던 노점상들도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북적북적하던 시절에는 노점끼리, 노점과 지나가던 행인끼리, 혹은 행인들끼리 부딪치며 좋지 않은 상황도 더러 벌어지던 곳이었지만 썰물처럼 빠져나간 명동 거리를 보니 다시 활기를 찾았으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여왔다.

코로나19로 약 2년 정도 자취를 감췄던 길거리 노점상은 작년 3~4분기에 이르러 다시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기자는 최근 명동을 다시 찾았다. 코로나19 이전만큼은 아니었지만 활기를 잃고 회색빛처럼 변해가던 작년, 재작년과는 다른 활기가 느껴졌다.

23. 4. 23.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음식 중 하나는 만두다. [사진=백나은 기자]
23. 4. 23.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음식 중 하나는 만두다. [사진=백나은 기자]

역시 명동은 낮보단 밤이다. 오후 4시, 텅 빈 거리를 노점상들이 하나 둘 메우기 시작하더니 6시 이후로는 낮과는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명동 거리는 예전처럼 관광객들로 가득 찼다. 이동이 어려울 정도로 붐비는 곳도 있었다.

곳곳에서 “명동, 이제 살아났네.” “와~ 정말 사람 많다.” “이만하면 상권 살아난 거 아냐?”와 같은 말들이 들려왔다. 기자가 보기에도 이정도면 예전의 활기를 찾은 듯 했다. 이대로라면 상권 회복은 어렵지 않아 보였다. 비어있는 상가는 예전만큼 많지 않았으며, 인테리어 공사를 새로 시작하는 상점들도 눈에 띄었다. 역시나 명동 거리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상점은 화장품 가게다.

주변 상인들은 아직은 중국 단체 관광객들은 많지 않지만,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에서 오는 관광객들 그리고 일본, 베트남 등에서 많이 들어오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한다. 이와 같은 변화는 명동 일대에 또 하나의 문화를 만들고 있으니 바로 ‘할랄(Halal) 푸드’다.

23. 4. 23.  동남아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무슬림 관광객을 위한 '할랄 푸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백나은 기자]
23. 4. 23.  동남아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무슬림 관광객을 위한 '할랄 푸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백나은 기자]
23. 4. 23.  케밥도 인기 있는 길거리 음식 중 하나다. 관광객들이 많아지면서 활기를 찾는 명동이다. [사진=백나은 기자]
23. 4. 23.  케밥도 인기 있는 길거리 음식 중 하나다. 관광객들이 많아지면서 활기를 찾는 명동이다. [사진=백나은 기자]

◆ 명동에 부는 새 바람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에서 오는 관광객 중에는 무슬림이 많다. 이에 이들을 위한 ‘할랄(Halal) 푸드’를 파는 음식점이나 노점도 증가하는 추세다. 무슬림이 직접 음식을 만들어 팔기도 한다. 아무래 무슬림이 파는 ‘할랄 푸드’에 더 믿음이 갈 테니 장사도 제법 되는 편이다. 여기서 ‘할랄(Halal)’이란 과일․야채․곡류 등 모든 식물성 음식과 어류․어패류 등의 모든 해산무과 같이 이슬람 율법 아래에서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을 총칭하는 용어다.

이렇듯 할랄 푸드를 찾는 관광객들을 겨냥해 ‘할랄 인증 마크’를 내건 노점상들도 눈에 띈다. 정식 인증 마크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이슬람 관계 기관에서 요구하는 특별한 도축 과정 등 엄격한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상당수 노점의 할랄 마크는 사실 정식 인증 마크는 아니다. 단지 돼지고기를 안 썼다는 정도의 의미라고 보면 된다. 명동에 새롭게 분 바람이다.

기자가 여러 번 돌아본 명동 거리 곳곳마다 다양한 음식을 파는 노점들이 즐비했다. ‘할랄 푸드’를 파는 노점도 여러 곳 보였다. 확실히 이전에는 쉽게 보지 못했던 풍경이다.

23. 4. 23.  관광객이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는 명동. 저녁 시간대의 명동은 길거리 음식으로 유명하다. [사진=백나은 기자]
23. 4. 23.  관광객이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는 명동. 저녁 시간대의 명동은 길거리 음식으로 유명하다. [사진=백나은 기자]
23. 4. 23.  관광객들이 명동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들을 맛보고 있다. 그 모양이 독특한 회오리감자도 인기 있는 음식이다. [사진=백나은 기자]
23. 4. 23.  관광객들이 명동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들을 맛보고 있다. 그 모양이 독특한 회오리감자도 인기 있는 음식이다. [사진=백나은 기자]

◆ 닭꼬치 1개 5000원…겁나는 노점 물가

삼삼오오 모여 길거리 음식을 맛보고 있는 관광객들의 모습은 저녁 무렵의 명동 거리에서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관광객들은 저마다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번역기를 돌리거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맛집’ 등을 찾고 있었다. 이미 인터넷 등에서 유명한 노점 앞엔 관광객들이 줄을 서 있거나, 노점상에서 음식 만드는 과정 등을 카메라에 담았다.

최근 명동 노점상 물가가 이슈가 됐다. 군만두(4개)가 7000원, 양꼬치 1개가 8000원, 랍스터구이 1마리가 2만원에 팔리고 있으니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소리가 나온다. 핫도그도 4000원에 판매되고 있으니, 오른 물가를 체험하는 내국인들은 멈칫할 수밖에 없다. 역시 내국인 대신 한국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을 맛보고 싶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요 고객층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노점상들 역시 오른 물가와 관광객 유입량을 따지면 외려 수입이 감소됐다고 말한다.

경기 침체와 코로나19로 인한 관광객 감소 등으로 장사를 접은 노점상도 많다. 도로 점용료와 종합소득세를 내며 합법적으로 장사하는 노점(노점실명제 등록 기준)은 2019년 364개였지만 현재는 100여개로 줄었다. 그럼에도 길거리 음식 가격이 많은 폭으로 오른 것에 대해 대체적으로 “과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바가지를 씌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근처 직장에 다닌다는 직장인 김모(34)씨는 “명동이 다시 활기를 띠어 좋기는 하지만 길거리 음식 값을 보면 선뜻 사먹기 어렵다”며 “웬만한 식사 가격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베트남에서 온 외국인 유학생과 함께 놀러왔다는 대학생 박모(21)양은 “친구와 함께 모처럼 명동에 놀러왔다. 길거리 음식 몇 개 먹지도 못했는데 벌써 3만원이 훌쩍 넘었다”고 말했다.

다시 활기를 찾은 명동의 모습은 좋다. 아직 코로나19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죽어있던 상권이 확실히 다시 살아나고는 있다. 다만, 최대 1.5배 이상 급등한 길거리 음식 값이 이 회복세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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