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사로잡은 ‘가심비‘ 공략, 가성비 뛰어넘어 희소가치↑
끊이질 않는 독과점 논란... “현명한 소비를 위한 고객 노력 필요”

 

23.05.03. 서울 동대문구 홈플러스 매장. 밀키트 코너 전면에 홈플러스 PB 상품이 진열되어 있다. [사진=고문진 기자]
23.05.03. 서울 동대문구 홈플러스 매장. 밀키트 코너 전면에 홈플러스 PB 상품이 진열되어 있다. [사진=고문진 기자]

[시사프라임/고문진 기자] 고물가 행진에 지갑 얇아진 소비자에게는 가성비를, 경기 둔화로 인해 부진한 성적표를 우려하던 기업에는 매출 증대를 선물하는 효자 종목이 있으니 바로 ‘PB 상품(Priavte Brand, 자체 브랜드 상품)’이다.

PB 상품은 유통업체가 자신이 기획한 상품을 제조업체에 생산을 위탁·납품받아 유통업체 자체 브랜드를 부착, 자사 매장에서 독점으로 판매하는 상품을 말한다.

중간 유통단계 없이 바로 상품을 납품·판매하기 때문에 마진 최소화로 저렴한 판매가 확보가 가능하며, NB 상품(National Brand, 제조사 브랜드) 대비 최대 30%가량 저렴하다.

◆ 가격경쟁력 앞에 소비자와 기업 모두윈윈

평소 PB 상품을 애용한다는 40대 초반 주부 김 씨는 “몇 년째 가계 수입은 동결 수준에 머물러있는데, 은행 이자도 오르고 고정 지출 규모가 커지니 그나마 줄일 수 있는 영역은 생활비”라며 “허리띠 졸라 매야 하는 주부들 입장에서 브랜드 제품과 퀄리티도 비슷하고 가격까지 착한 PB 상품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PB 상품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는 고스란히 기업의 매출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롯데마트 전체 매출은 -1%대(잠정치)로 부진한 반면, ‘오늘좋은’을 포함 롯데마트 전체 PB 상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이마트 역시 1분기 전체 매출은 -2.6%(잠정치)로 역성장을 보였으나, 이마트 PB 상품 ‘노브랜드’는 전년 동기 대비 12.8% 상승하며 두각을 나타냈고, 홈플러스 PB 상품 ‘홈플러스 시그니처’는 온라인 기준 1분기 매출이 36%나 급증했다.

쿠팡의 PB 브랜드 씨피엘비(CPLB)는 지난해 매출액 1조 3,570억 원, 영업이익 722억 원을 기록, 전년 대비 각각 28%, 196%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모회사 쿠팡의 지난해 성장률 26.5%보다 높은 수치로, 씨피엘비 성장 가능성에 대한 호전망을 뒷받침해줄 지표가 됐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기업별 PB 상품의 경쟁 구도가 심화되면서 가성비는 기본, 차별화된 전략으로 퀄리티를 높여 소비자의 심리적 만족감까지 채워줄 가심비 높은 상품 연구에 집중하는 게 업계의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세븐일레븐의 제주우유 생크림빵. 편의점 생크림빵의 반갈샷(빵의 반을 갈라 내용물을 보여주는 사진)이 SNS에서 인기다. [사진제공=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의 제주우유 생크림빵. 편의점 생크림빵의 반갈샷(빵의 반을 갈라 내용물을 보여주는 사진)이 SNS에서 인기다. [사진제공=세븐일레븐]

◆ SNS에 구매 인증샷, BEST 아이템 순위 올려... MZ 만의 “PB 상품 사용법“

편의점 이용객 박 씨(여, 25)는 PB 상품 이용에 대해 “일부러 저렴한 물건을 찾아서 (PB 상품을) 이용한다기보다는 맛있어서 재구매하는 경우가 있다“라며 “터무니없는 금액이 아니라면, 가격 비교 대신 퀄리티를 보고 고르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요즘 PB 상품 애용자들은 단순히 가격 경쟁력만을 중요시하는 게 아니라 퀄리티, 희소성 등 해당 상품만의 차별성에 주목한다.

구매에만 그치지 않고 SNS에 인증샷을 남기거나 브랜드별 인기 제품 순위를 매겨 추천하는 등의 게시물을 올려 불특정 다수 이웃과 이를 공유하는 요즘 세대의 트렌드는 자연스럽게 바이럴 효과로 이어지는데, 특히 팔로우 혹은 구독자 수가 많은 유명 인플루언서의 파급력은 상당해 기업 역시 해당 트렌드에 중점을 두고 마케팅을 펼친다.

지난해 GS25에서 오프라인 독점 판매를 진행한 아티스트 박재범의 ‘원소주 스피릿‘은 작년 기준 300억 원이 이상의 매출을 기록, GS25의 효자품목으로 급부상했다.

20대 후반 직장인 이 씨(남)는 “일반 소주·맥주에 비해 저렴한 가격도 아니고 출시 초기에는 물량이 부족해 동네 편의점을 다 돌아도 구하기 힘들었지만,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그리고 패키지에 묻어나는 아티스트의 분위기가 더해져 충분한 가치를 느꼈다“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제주우유 생크림빵‘을 출시한 세븐일레븐은 2021년부터 시작된 제주우유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편의점 디저트의 프리미엄화에 주력하고 있다.

프리미엄 원료를 사용해 신선도와 맛 보장은 물론, 풍성한 크림빵의 단면은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 인스타그램에 올릴 법한)한 아이템에 열광하는 MZ 세대의 구매욕을 자극한다.

지난해 1월 출시된 CU의 ‘연세우유 생크림빵’ 역시 맛과 멋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대표 PB 상품으로 현재까지 지난 2일 기준 누적 판매량 2,800만 개, 작년 기준 CU 디저트 매출의 62.5%를 차지했다. 

생크림빵의 인기에 힘입어 내달 판매 예정인 ‘연세우유 말차 생크림빵’은 지난달 26일 기준 포켓CU에서 매진됐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주 씨는 “나이가 많아도 편의점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요즘 젊은이들의 취향을 알게 된다“라며 “발주를 많이 넣는 인기 상품의 절반 이상은 자사와의 콜라보레이션 제품이며, 이를 찾는 대부분은 인근 학생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다렸다가 인기 상품만을 쏙쏙 골라 구매해 가는 단골 중에 꼭 매장 안에서 물건을 들고 사진을 찍는 친구가 있는데 젊어서 그런지 그 열정이 대단하다“라며 웃어 보였다.

 

각각 이마트는 과자, 쿠팡은 생수를 검색했을 때 상위에 노출되는 PB 상품. [이미지출처=각 사 캡쳐 화면]
각각 이마트는 과자, 쿠팡은 생수를 검색했을 때 상위에 노출되는 PB 상품. [이미지출처=각 사 캡쳐 화면]

◆ “일부러 잘 보이는 곳에 진열”, “대기업의 독과점“... PB 상품이 잘 나가는 이유는 따로 있다?

대형마트에 가면 다소 무맥락의 장소에 PB 상품이 진열된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계산대 주변에 놓인 물티슈, 리빙 코너 한켠에 진열된 스낵 등. 이들은 이른바 ‘미끼 상품‘으로 소비심리를 툭툭 건드려 구매로 이어지게 유도한다.

또한, 자사 PB 상품을 매대 과반수의 영역에 도배하거나,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로열 스팟에 배치하는 등의 모습도 자주 보인다. 이런 마케팅은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 더욱 활발하다.

 

23.05.03. 왼쪽은 물티슈 코너, 오른쪽은 고양이 사료 코너 로열 스팟에 각각 진열된 홈플러스 PB 상품. [사진=고문진 기자]
23.05.03. 왼쪽은 물티슈 코너, 오른쪽은 고양이 사료 코너 로열 스팟에 각각 진열된 홈플러스 PB 상품. [사진=고문진 기자]

첫 PB상품 ‘탐사‘의 성공을 시작으로 26개의 PB 브랜드, 4,200개가 넘는 상품을 시판 중인 쿠팡은 자사 PB 상품 우선 노출과 더불어 리뷰 조작설로 수차례 도마 위에 올랐다.

논란의 중심은 쿠팡이 잘 팔리거나 수익성 높은 타사 제품과 유사하게 PB 상품을 만들고 이를 쿠팡만의 알고리즘에 의해 상단에 노출, 소비자로 하여금 구매를 유도하고 입점 업체에는 독과점의 횡포를 보인다는 점이다.

쿠팡 이용자 30대 김 씨는 “필요한 물건을 앉아서 쉽고 빠르게 구매할 수 있다는 강점에 수년째 이용 중인데, 리뷰 조작설 기사를 본 이후로는 후기를 보며 진짜일까 라는 의구심이 들어 PB 제품 구매는 꺼려진다“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대기업의 교묘한 독과점을 모르는 사람 빼고는 다 알 것“이라며 “돈이 돈을 낳는 것과 비슷한 맥락인데, 결국 선택은 고객의 몫이므로 법적으로 강한 규제가 걸리기 전까지는 현명한 소비를 위한 고객들의 노력이 최선이다“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프라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