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가면’ 코너는 우리네 전통시장의 어제와 오늘을 통해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 기획됐습니다. 전통시장이 갖는 역사와 유래, 고유의 기능 및 현재 전통시장이 겪는 어려움 등을 통해 지역주민과 함께 상생하고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23. 5.11.  지난 11일 오후에 찾은 공덕시장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 백나은 기자]
23. 5.11.  지난 11일 오후에 찾은 공덕시장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 백나은 기자]

[시사프라임 / 백나은 기자] 비가 오는 날이면 “파전에 막걸리 한 잔~”이 생각난다는 사람들이 많다. 파전에 막걸리 한 잔이 생각나면 들를만한 곳이 있다. 바로 공덕시장이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공덕시장은 전과 족발로 유명하다. 주거지와 함께 회사도 밀집돼 있어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23. 5.11.  공덕시장이 전성기를 누렸을 때는 점포만 600개에 달했다고 한다. [사진: 백나은 기자]
23. 5.11.  공덕시장이 전성기를 누렸을 때는 점포만 600개에 달했다고 한다. [사진: 백나은 기자]

◆ 공덕시장, 전성기 때는 점포만 600개

한강의 대표적인 나루터였던 마포나루. 마포나루는 한양(서울) 도성 서쪽 10리 지점에 있던 나루로 일명 삼개나루로도 불렸다. 지금의 마포동 한강 안에 있던 나루터로 조선전기부터 수상교통의 요지였다. 서해안의 어선은 물론 전국의 어염상선들이 출입해 결빙기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배들로 붐비고 활기를 띠었다고 한다. 이렇듯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던 마포나루를 통해 남대문시장을 오가는 상인들이 모여 생긴 장터를 공덕시장의 시초로 본다.

공덕시장의 직접적인 전신은 1949년에 설립된 한흥시장(漢興市場)이다. 한흥시장은 6.25전쟁 이후 피난민들이 모여들어 본격적인 부흥기를 맞이했으며, 전성기 때는 공덕동 일대를 아울러 600개가 넘는 점포가 들어섰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최전성기에는 발 디딜 틈 없이 장보는 사람들로 붐볐고, 없는 것 빼고 모든 물건들이 있었다고 전해지지만 지금은 전성기 때의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공덕시장 한 상인의 말을 빌리자면 “공덕시장은 죽었다”.

23. 5.11.  지난 11일 오후에 찾은 공덕시장은 대체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전통시장이 맞이 죽었다고는 하지만 반찬이나 기름과 같은 품목은 수요가 있는 편이다. [사진: 백나은 기자]
23. 5.11.  지난 11일 오후에 찾은 공덕시장은 대체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전통시장이 맞이 죽었다고는 하지만 반찬이나 기름과 같은 품목은 수요가 있는 편이다. [사진: 백나은 기자]
23. 5.11.  공덕시장은 몇 개 구역으로 나뉘어 관리가 되고 있지만 구역에 따라 손님의 발길이 닿는 곳도 있고, 그렇지 못한 곳도 있다. 20년 넘게 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한 상인은 점심 시간에 시장 안 식당을 찾는 직장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시장의 기능보다 식당의 기능이 오히려 활발한 곳이다. [사진: 백나은 기자]
23. 5.11.  공덕시장은 몇 개 구역으로 나뉘어 관리가 되고 있지만 구역에 따라 손님의 발길이 닿는 곳도 있고, 그렇지 못한 곳도 있다. 20년 넘게 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한 상인은 점심 시간에 시장 안 식당을 찾는 직장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시장의 기능보다 식당의 기능이 오히려 활발한 곳이다. [사진: 백나은 기자]

◆ 오랜 단골&식당 찾는 손님 대부분

원래 한흥시장이 있던 자리에 마포 아파트가 들어서고 상가 건물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1968년 지금의 위치에 공덕시장이 들어서게 된다. 한동안 전성기를 누렸던 공덕시장이지만 오랜 시간이 흘러 지금은 노후화로 인해 찾는 이가 많이 줄었다. 근처에 이마트 마포점이 생겨나면서 전통시장을 찾는 손님들은 더욱 줄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7년 큰 화재까지 발생하면서 공덕시장의 입지는 더욱 흔들렸다. 잡화상이 가득했던 공덕시장 골목은 어느새 족발집과 전집이 자리를 대신하게 되면서 전통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20년 넘게 공덕시장을 지켜온 한 사장님은 “시장이라고 하는데 신발가게, 옷가게 등 잡화점이 없다”며 “주변 직장인들을 상대로 한 식당은 장사가 되는 편이다. 점심시간이면 시장 안이 식사를 하러 온 직장인들로 새까맣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 마디로 말해 시장이 죽었다”며 “나도 집에 있는 것보단 하나라도 파는 게 나으니 매일 나오고는 있지만 하나도 안 팔릴 때도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3. 5.11.  공덕시장으로 들어가는 또 다른 출입구의 모습. 평일 좀 이른 오후 시간대여서인지 시장을 찾은 손님의 모습은 많지 않았다. [사진: 백나은 기자]
23. 5.11.  공덕시장으로 들어가는 또 다른 출입구의 모습. 평일 좀 이른 오후 시간대여서인지 시장을 찾은 손님의 모습은 많지 않았다. [사진: 백나은 기자]

공덕시장을 찾는 지난 11일 오후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A, B, C동으로 구역이 나뉘어져는 있었지만 시장 내 할인마크가 들어선 메인 골목이라 할 수 있는 곳 말고는 손님들의 모습을 잘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도 시장에서 장사가 되는 곳은 반찬가게, 떡집, 방앗간(기름집) 등이었다. 3대째 기름집을 하고 있다는 사장님의 말처럼 시장에서 직접 짜낸 기름을 더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다 보니 크게 경기를 타거나 하진 않는 품목 중 하나다.

 23. 5.11.  한눈에도 누후화된 것을 알 수 있는 공덕시장 건물의 모습.[사진: 백나은 기자]
 23. 5.11.  한눈에도 누후화된 것을 알 수 있는 공덕시장 건물의 모습.[사진: 백나은 기자]

◆ 노후된 공덕시장, 답은 재개발?

지금의 공덕시장은 1970년대 모습 그대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축물 안전 평가에서도 D등급을 받아 시장 상인들 사이에서도 불안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전통시장의 선호도가 낮은 탓도 있지만 주변에 들어선 대형마트와 무엇보다 노후화된 건물과 시설 등이 발걸음을 돌리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물론 이런 가운데서도 장사가 잘되는 품목이 있기는 하지만, 시장 전체가 다시 활기를 찾기 위해서는 노후화된 시설부터 정비하는 것이 먼저라는 얘기가 나온다.

사실 공덕시장 재개발․재건축 얘기는 2000년대 초반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이후 2010년 조합설립인가, 2013년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2016년 8월 조합원 분양신청 등을 거쳐 2017년 7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같은 해 12월 이주 및 철거를 완료한 후, 2020년 12월 준공할 예정이었으나 2021년까지도 관리처분인가가 나지 않은 상태였다.

건너편에서 바라본 공덕시장 건물 전경. [사진: 백나은 기자]
23. 5.11.  건너편에서 바라본 공덕시장 건물 전경. [사진: 백나은 기자]

재개발과 관련해 시장 상인들의 의견이 반반으로 갈린 상태다. 지금의 상태로도 손님들이 몰리는 족발집과 전집, 임대수익을 받고 있는 상인들 중에서는 재개발이 마냥 달갑지는 않은 듯하지만 빨리 재개발이 진행됐으면 좋겠다는 상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워낙에 노후된 건물인 만큼 모두의 안전과 시장의 중장기적 발전을 생각했을 때 재개발은 시간문제인 듯했다.

비록 찾는 이들은 많이 줄어들면서 전통시장으로서의 기능이 상실된 면도 있지만, 여전히 비 오는 날 전과 막걸리가 생각나거나, 족발이 먹고 싶은 날이라면 ‘공덕시장’을 찾아보자.

<공덕시장② 대형마트에 떠난 상인…재개발 가디리는 공덕시장> 기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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