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인터뷰① - G’L 청소년연구재단 상임이사 윤철경 박사

현장에서 바라본 학교 밖 청소년들, 그들의 현실과 미래 ‘우리 시대 자화상’

“어른들 다 알고 있다는 생각 정지하고 멈춰야···아이들 믿고 가는 것 필요”

소리 안내는 아이들 “속마음 있는 그대로 들어줘야”···핵심은 관계와 공감

윤철경 박사는 은둔형 외톨이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며 아이들의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사진=양하늘 기자]
윤철경 박사는 은둔형 외톨이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며 아이들의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사진=양하늘 기자]

[시사프라임 / 양하늘 기자]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순응하며 잘 지내던 A가 어느 날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은 뒤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부모는 이유를 알 수 없어 답답하다. 평소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던 A. 학교와 부모의 요구에도 문제없이 따라오던 A였기 때문에 A의 생각이나 의사를 물어본 이는 없었다. 그래서 더욱 A가 문을 열고 나와 이유를 말해주지 않는 이상 밖에 있는 그 누구도 문이 닫힌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마치 선택적인 함구인 듯 방문을 닫은 A. 그렇게 닫힌 문이 열리지 않은 지 며칠, 몇 개월, 몇 년이 되면서 A의 은둔과 세상은 분리되기 시작한다.

어느새 은둔형 외톨이 40만 시대가 됐다. 일각에서는 은둔 청년 추정 60만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우리나라가? 우리 아이가?’라는 당혹스러움과 함께 ‘왜?’라는 의문이 뒤따른다. 내 아이의 은둔은 언제부터,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어느 날 갑자기라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이유가 있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은톨이, 소리 안내는 아이들

“아이들이 안전한 곳으로 숨어버리는 거예요. 학교도 또래 관계도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게 되는 거죠. 부모도, 교사도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 아이가 갈 곳은 어딜까요. 자기가 숨을 곳은 방안. 그다음은 인터넷 공간의 모르는 사람들이에요. 그 사람들은 나를 따라와서 공격하지 않으니까요.”

지엘청소년연구재단 상임 이사로 학교 밖 청소년 연구에 힘쓰고 있는 윤철경 박사는 이렇게 은둔으로 들어가는 아이들의 수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이기도 한 윤 박사는 오랜 세월을 청소년 연구에 힘써오다 정년을 맞았다. 쉼을 택할 수 있었지만 수십 년간 국책 연구기관에서 연구와 정책 구성에 참여해왔던 그였기에 그간의 노하우를 뒤로하고 쉬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그렇게 윤 박사는 뜻을 함께하는 이들과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 밖 청소년 연구를 위한 재단을 세웠다. 그리고 최근 몇 년 사이 은둔형 외톨이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면서 예방과 해결을 위한 활동에 전면 나서고 있다.

윤철경 박사가 운영하고 있는 지엘청소년연구재단의 대표 사진은 하늘을 뚫고 자라가는 나무로 되어 있다.
윤철경 박사가 운영하고 있는 지엘청소년연구재단의 대표 사진은 하늘을 뚫고 자라가는 나무로 되어 있다.

스스로 선택한 은둔과 고립, 아이들은 방 안에서 행복할까

코로나 이전에 0.93%였던 18~34세까지 은둔형 외톨이 발생 비율은 코로나 직후에 2.15%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윤 박사는 코로나라는 상황이 아이들을 더 비대면 상황으로 (직접적인 대면 교류가 덜 필요한 상황으로) 만들어버렸다고 했다. 더불어 문화적인 여건과 가족제도 등 생활의 변화도 영향이 있음을 언급했다.

“아이들이 집으로 숨을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져 있어요. 지금은 배달 문화나 간편식품 등 방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고, 형제가 많았던 예전에 비해 독립공간도 생겼어요. 자기 방이 있는 거죠. 혼자만의 숨을 공간이 마련됐다는 거예요.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화적인 여건이나 생활 여건이 마련된 거죠. 컴퓨터나 인터넷, 핸드폰 등 그냥 아무것도 없이 그 안에 있으라고 하면 아이들이 안에서 머물 수 있을까요? 그래서 선진국병이라고 불리기도 해요.”

그렇다면 아이들은 그 안에 있으면서 행복함을 느낄까. 윤 박사는 ‘아이들이 그 안에서 행복한지’ 이 질문을 해야 한다고 했다.

윤철경 박사는 은둔을 택한 아이들이 그 안에서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사진=양하늘 기자]
윤철경 박사는 은둔을 택한 아이들이 그 안에서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사진=양하늘 기자]

“아이들이 되게 우울해하고 죽고 싶어 해요. 어른들은 몰라요. 그 아이들의 마음을. 우울하고 죽고 싶어 자살·자해 시도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그 아이들이 거기서 즐거운 게 아니에요. 부모들에게 면목없어하고, 자기혐오가 강해요. 내가 이것밖에 못된다는 생각에 자존감이 매우 낮은 상태에요. 난 이 사회에서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상태인데, 거기에 부모들이 잔소리라도 하면 죽고 싶은 마음이 더 들고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예요.”

윤 박사는 아이들이 스스로 고립된 상태에서 은둔하고 있지만 속마음은 누군가 자신을 이해해 주고 잡아주고 끌어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런데 아무도 믿을 수가 없는 거예요. 내 부모를 믿을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내 부모가 나한테 왕 잔소리를 하고 있잖아요. 한숨 쉬고 있고, 어떻게 하면 좋냐고 하면서 소리도 지르잖아요. 부모도 너무 스트레스를 받으니까요. 너무 답답하고 아이가 왜 저러는지 마음도 모르겠고, 실망감도 있고 어디다 얘기도 하지 못하니까 부모도 매일 붉으락푸르락하는 거지요.”

은둔 기간 동안 부모와 아이의 대치 상태는 은둔을 장기화 시킨다. 윤 박사는 부모가 아이 스스로 고립을 택한 이유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아이가 나올 수가 없어요. 이 아이들도 이러면서 방에 있다 보면 신체적, 정신적으로도 없던 병도 생겨요. 아이들이 점점 무기력해져요. 맨 처음에는 자기가 어쩔 수 없어서 며칠 해봤고, 그러다 거기에 점점 익숙해져서 늪처럼 빠져드는 거예요. 힘이 없어서 주저앉는 거지요. 왜냐면 아이들도 버틸 수 있는 만큼 버틴 거거든요.”

[줌人] 기획 인터뷰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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