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이미지. [이미지출처=미리캔버스]

[시사프라임/고문진 기자] 각 기업의 2분기 실적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형 유통채널의 희비 교차가 업계의 화두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나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존에 존재하던 것들의 경계가 뒤섞이는 이른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유통 업계에도 스며들어 온·오프라인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이커머스 기업과 오프라인 전통 기업 사이의 경쟁 양상이 과열되며 각 사의 성적표는 단연 뜨거운 감자이다.

 

지난 2021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첫날 쿠팡 배너가 정면을 장식한 뉴욕증권거래소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NYSE 제공]
지난 2021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첫날 쿠팡 배너가 정면을 장식한 뉴욕증권거래소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NYSE 제공]

◆ “첫 연간 흑자 달성 가시화”…이번 분기도 웃으며 넘어가는 쿠팡

제조업체와의 납품단가 갈등 이슈 등으로 다소 번잡했던 쿠팡은, 모든 잡음을 뒤로하고 올해 2분기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온라인 유통 공룡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지난 9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쿠팡 매출은 58억 3,788만 달러로 원화 기준 2022년 동기간 대비 2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940억 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43%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경신했다.

분기에 한 번이라도 쿠팡에서 물건을 구매한 활성 고객 수는 2022년 동기간 대비 10% 증가한 1,971만 명에 달했고, 고객 1인당 매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5% 늘어난 38만 9,100원을 기록했다.

대외적으로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위축이 지속되는 가운데 오히려 쿠팡을 이용하는 고객 수와 객단가가 늘어나는 흥미로운 결과에 대해 업계에서는 쿠팡만의 킬러 혜택으로 인한 ‘락인(Lock-in) 효과’를 비결로 꼽았다.

락인 효과는 소비자가 일단 어떤 상품 또는 서비스를 구입·이용하기 시작하면 다른 유사한 상품 또는 서비스로의 수요 이전이 어렵게 되는 현상을 의미하는데, 쿠팡의 익일 배송 시스템인 로켓 배송, 무료배송·반품, 쿠팡플레이 이용 등 유료 멤버십을 통해 혜택을 경험한 회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쿠팡의 충성고객이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리서치 인원을 유통기업 직원으로 한정해서 쿠팡의 로켓배송을 이용하지 않는 인원을 파악한다고 했을 때 과연 몇이나 손을 들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쿠팡의 익일 배송 시스템은 업계 내에서도 단연 대체불가한 혜택”이라고 말했다.

쿠팡 멤버십 이용자 A씨는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시기에는 말할 것도 없었고, 요즘처럼 더울 때나 특히 아이 키우는 주부들은 전날 저녁에 주문해서 다음 날 아침 현관문 앞에 배달되어 있는 물건 보면서 로켓배송 없던 옛날에는 어떻게 살았나 싶을 정도로 편리함을 느낀다”며 “거리두기 풀린 이후 슈퍼나 마트 같은 오프라인 상점을 종종 이용하지만, 가격 면에서도 큰 차이가 없거나 되려 (쿠팡이) 더 저렴할 때도 있고 무겁게 옮기지 않아도 되니, 장점이 더 많은 쿠팡을 이용하지 않을 이유는 아직 찾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전경. [사진출처=시사프라임 DB]
롯데마트 전경. [사진출처=시사프라임 DB]

◆ 롯데쇼핑 계열사별 실적, 백화점·홈쇼핑은 ‘아픈 손가락’… 하이마트·슈퍼·마트 ‘효자’

롯데쇼핑은 연결 기준 2분기 영업이익 515억 원으로 2022년 동기간 대비 30.8% 감소했다. 전체 매출은 3조 6,222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간 대비 7.2%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지분법 수익 확대로 156.3% 급증한 1,166억 원을 기록했다.

1~2분기를 합친 상반기 전체 매출은 7조1,838억 원으로 2022년 동기간 대비 7.2% 줄어든 반면, 영업이익은 1분기 호실적 덕에 14.6% 증가한 1,640억 원을 기록했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먼저 롯데하이마트의 영업이익은 78억 원으로 3016% 급증하며 롯데쇼핑 계열사 중 가장 높은 실적 상승을 이뤘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가전 업황 부진으로 매출이 23.4%(6,797억 원) 감소했지만, 이후 재고 건전화, 물류 효율화 등 체질 개선에 주력한 하이마트의 노력이 통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롯데마트는 1조 4,220억 원으로 1.3% 감소했으나, 영업적자는 70억 원에서 57.1% 축소된 30억 원에 그쳤다. 롯데슈퍼 역시 전체 매출은 2.2% 감소한 3,250억 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50억 원을 달성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롯데마트와 슈퍼의 이 같은 호실적은 지난해 말 진행된 통합 소싱의 효과가 식품 판매 호조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커머스(롯데ON) 2분기 매출은 360억 원으로 41.5% 증가했고, 영업적자는 490억 원에서 210억 원으로 57.1%나 줄었다. 뷰티·명품·패션 등의 주력 부문의 매출 견인과 경영 효율화에 따른 판매·관리비 절감도 실적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반면, 백화점 매출은 8,220억 원으로 0.8% 줄었고, 영업이익 역시 36.9% 감소한 660억 원에 머물렀다. 고물가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며 백화점 양적 성장을 이끌었던 명품뿐 아니라 단가가 높은 생활가전 상품군 매출이 정체를 겪고 있는 탓이다.

롯데홈쇼핑의 매출은 2,310억 원으로 15.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0억 원으로 92.8% 대폭 하락했다. 이는 TV 시청 인구 감소 등 산업 구조적인 요인과 방송법 위반 제재에 따른 새벽방송 중단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롯데컬처웍스는 판매비와 관리비 부담으로 2022년 동기간 대비 79.5% 줄어든 2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전체 매출은 광고 등 부대 매출의 증가로 23.1% 증가한 2,390억 원을 달성했다.

전문가들은 전체적으로 백화점과 홈쇼핑의 부진한 성적이 아쉽지만, 그럼에도 마트·슈퍼·하이마트의 호실적으로 수익성 개선 추이가 이어지는 중인 롯데쇼핑의 하반기 실적 개선을 기대한다는 분석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오린아 애널리스트는 “올해 7월 백화점 사업은 전년 수준의 실적을 이어갔던 것으로 추정하나, 3~4분기 패션 성수기 효과 및 비용 절감 노력을 기대해 볼 수 있고, 할인점과 슈퍼마켓 사업은 통합 소싱 효과가 하반기에도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증익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추정되며, 이커머스 부문 또한 고마진 상품 확대 및 버티컬 전략이 유효하고, 비용 효율화로 분기 적자 규모 또한 200억 원 내외 수준이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한화투자증권 이진협 애널리스트는 “2분기 기점으로 백화점의 매출 성장이 턴어라운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구조적으로 확대 중인 외국인 매출비중 추이가 중국인 단체 관광 허용에 따라 탄력을 받을 전망으로, 중국인 단체관광 허용에 따라 외국인 매출 비중이 2배 가량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유통업 본질의 개선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어 그로서리 부문과 e커머스의 실적 개선도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홈쇼핑은 부담이 되던 새벽방송 송출 제한이 8월부로 해제되었으며, 하이마트는 실적 턴어라운드가 본격화됐고, 부진했던 자회사들의 실적 저점도 확인했다는 점이 긍정적이고 지분법 손익 증가도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라며 “베트남 쇼핑몰 오픈으로 해외 사업 확장도 기대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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