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고객 몰래 1천여건 계좌 개설...금감원 긴급 검사 착수
계좌 개설 사실 숨기기 위해 안내문자까지 차단
금감원 '엄청 조치'할 것 명시
시중은행 전환 차질 생길까

대구은행 로고[홈페이지 캡쳐]
대구은행 로고[홈페이지 캡쳐]

[시사프라임/이가현 기자] 경남은행, KB국민은행 등 은행권에서 연이어 횡령・배임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대구은행에서 직원들이 고객 몰래 1천여건의 계좌를 개설한 사실이 드러나 금감원이 지난 9일 긴급 검사에 착수했다.

대구은행은 2021년 8월부터 은행 입출금통장과 연계하여 다수의 증권회사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이용해 직원들이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높일 목적으로 1개 증권계좌를 개설한 고객을 대상으로 동의없이 계좌를 추가적으로 개설한 것이다.

방식은 고객이 작성한 A증권사 계좌 개설신청서를 복사해 이를 수정하여 B증권사 계좌를 임의로 개설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계좌 개설 과정에서 고객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것 뿐 아니라 고객들에게 계좌 개설 사실을 숨기기 위해 안내문자를 차단하는 방식까지 동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구은행은 6월 30일 고객의 민원으로 이와 같은 사실을 인지했으나, 즉시 금감원에 알리지 않고 지난 7월 12일부터 자체적으로 조사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경위를 살펴보고 신속히 보고하지 않은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면 이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또 이번 검사에서 임의 개설이 의심되는 계좌 전건에 대해 철저히 검사하고, 검사 결과 드러난 위법, 부당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임을 명시했다.

이와 관련 대구은행에 수차레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인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대구은행은 지방은행 최초로 시중은행 전환에 도전하며 연내 시중은행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 ‘시중은행전환추진팀’을 꾸려 전환 준비에 박차를 가하던 중이었으나, 이번 사건으로 인해 대구은행의 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연이은 은행권의 배임 행위가 드러나며 금융사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우리은행 횡령 사건 이후 금융사에 내부통제를 강화할 것을 촉구하고 있고, 제도 개선까지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금융사의 비리 문제가 꾸준히 불거지고 있어 보다 엄정하고 면밀한 조치룰 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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