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9.19 이룸센터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개선방향 토론회에서 발표자와 패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가현 기자]
23.09.19 이룸센터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개선방향 토론회에서 발표자와 패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가현 기자]

[시사프라임/이가현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대상 확대는 아직 이르다며, 현장 안전조치 관리∙제도 검토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19일 여의도 이룸센터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개선방향 토론회'서 이동근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부회장은 “사망사고 발생 기업의 경영자 처벌을 목적으로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이 몇 개월 뒤면 시행 2년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모호한 규정들로 인해 경영책임자 대상 및 의무내용의 해석을 놓고 현장 혼선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사망사고 감소효과도 그리 크지 않다”며 “중처법 개정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며 이제는 실질적인 대안이 마련되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구체적으로 50인 미만 기업에 대한 중처법 적용을 추가로 유예하고, 경영책임자 범위와 의무를 법률에 명확히 규정해야 하며, 경영자 개인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을 합리적 수준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이날 토론회 발표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정진우 교수와 동국대학교 서용윤 교수가 맡았다.

정진우 교수는 발표에서 “현재 중처법 집행에 일관성이 없다.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법집행 해석이 횡행하여 산업현장에 큰 혼란을 낳고 있다. 산재예방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고 수사기관과 컨설팅기관을 위한 법이 됐다”고 했다.

또 “판결에도 허점이 많다며 “중처법의 성격상 판결이 어떻게 내려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과 영세업체는 무죄주장보다는 자백하면서 선처를 호소하는 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검찰의 공소사실에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많음에도 법원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에 대한 예시로 실제 판결 사례를 들었다. 정 교수는 ‘사업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전혀 마련하지 아니하여 작업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게 하였다’는 판결에 대해 “사업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업무절차는 원청의 경영책임자가 사업장 전체적으로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기 위해 작성하는 사업장 전체 업무매뉴얼에 해당하는 것이고, 작업계획서는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하청이 당해작업에서의 산업재해를 방지하기 위해 작성하는 구체적인 계획서”라며 “전자는 원청의 경영책임자가 마련하는 것이고 후자는 하청이 작성하는 것으로 작성주체도 엄연히 다른 점을 감안하면, 전자를 마련하지 않은 것이 후자가 작성되지 않게 한 원인이라고 판단한 것은 안전원리, 사업장의 안전이행 매커니즘 및 안전의 실태를 전혀 모르거나 도외시한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처법은 대기업 경영책임자를 처벌하고자 한 취지에서 발의되었지만 중소기업 경영책임자 처벌에 경도되어 있다. 정의와는 거리가 먼 중처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중처법을 폐지하고 산안법으로 일원화하거나 예측∙이행할 수 있고 실효성 있는 법으로 대대적 정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용윤 교수는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검토 및 안전정책 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서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현재 다른 법령과의 정합성 없이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을 예고하고 있다”며 “근로기준법, 근로자참여법, 산업안전보건법, 기업활동규제완화 특별법 등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안전규정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 이후 중처법의 적용을 고려해야 한다. 환경 마련 없이 처벌만 받게 하는게 적법한가”라고 우려했다.

또 통계를 통해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처법 적응 준비상황 등 실태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조사결과 약 80% 가량이 준비를 못했다고 응답했고 내년까지 가능 여부도 60% 수준에 불과했다. 불가능한 이유로는 안전담당 인력이 부족하고 중처법 의무항목과 요구수준이 과도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제도 시행 유예에 대해서는 85.9% 정도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어 “대기업은 포괄적 규정을 해도 지속적 관리가 가능하지만, 중소기업은 구체적 규정 없이는 예방활동에 어려움이 있다”며 ▲산업현장에 혼란을 가져다 주지는 않을 것인가 ▲중처법 규제가 직접적이고 명확한가 ▲다른 법령과의 중복성은 없는가 ▲3년 유예의 시간이 적합한가 등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23.09.19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가현 기자]
23.09.19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가현 기자]

발제 이후에는 토론이 이어졌다. 법무법인 태평양 최진원 변호사는 “선례가 없다보니 시중해설서, 보고서를 기준으로 수사와 판결이 이루어지고 있다. 검찰조차도 일단 기소해서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자는 식으로 진행된다. 변호인의 조력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중처법이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중처법의 적용보다 현장의 안전조치가 잘 되도록 관리하는 게 더 필요하다”며 “개정이 된다면 구체적인 규정이 도입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한다”고 했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권 혁 교수는 “중처법의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수사의 남용”이라며 “우리나라는 처벌이 수사다. 수사를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지원이나 대책을 마련해주어야 한다는 부분에는 공감한다. 또 명확성 측면에서도 수많은 학자와 변호사들이 모호하다고 말하는데 판사는 왜 위헌제청을 하지 않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마지막으로 “실효적인 제도개선을 모색해야 한다. 선한 의지는 살리면서 시장이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개선이 전폭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김영현 본부장은 “구체적인 준수기준의 마련 필요성이 있다고 제기하고 있으나 아직 제대로 된 시행규칙 제정이 이행되지 않고 있어 모호하게 판결이 되고 있고 사업의 제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또 “현행법은 종사자들의 안전의식고취에 대한 부분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사업자와 근로자의 노력 병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 적용을 사업장의 규모에 따라 세분화시킬 필요가 있다. 또 조금 더 준비과정을 가질 수 있도록 중처법의 적용시기는 유예하면서 숙성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임우택 본부장은 “경영책임자의 경영시스템과 관련한 부분에 안전을 포함하는 부분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를 어떻게 구현할까라는 부분에는 문제가 있다. 작년 11월 중처법 개선 TF를 이룬지 1년이 되어가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개선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가 혼선이 없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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