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CN비정규직지부, 14일 오후 KT 광화문지사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 진행
19시 KT스카이라이프 앞에서 노숙 농성 이어져

 

23.11.14. 결의대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이 KT 본사를 향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고문진 기자]
23.11.14. 결의대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이 KT 본사를 향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고문진 기자]

[시사프라임/고문진 기자] 케이블방송 HCN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2차 총파업에 돌입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함께살자HCN비정규직지부(이하 노조 혹은 HCN비정규직지부)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KT 측에 협력업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해달라고 외쳤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8월 16일, 사측의 불성실한 교섭태도와 좁혀지지 않는 노사 간 격차로 인해 2023년 임금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6차례에 걸쳐 교섭을 하는 동안 사측은 여러 차례 임금안을 제출하지 않았으며, 노조의 수정안 제출 후 3차례에 이어진 교섭에도 수정안 제출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노조는 지난 10월 26일 HCN본사 앞에서 1차 총파업 결의대회를 진행한 바 있다.

아울러 지난 13일 ‘KT 외주화·구조조정 강행 중단, 비정규직 문제 해결 촉구’를 주제로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 우원식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로 했으나, KT 측의 요청으로 기자회견이 취소되었고, 같은 날 오전 을지로위원회 사무실에서 노사 간의 협의가 이어졌다.

 

23.11.14. 결의대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고문진 기자]
23.11.14. 결의대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고문진 기자]

총파업 현장에서 만난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어제 KT 재외주화 문제로 원청과 KT 서비스 북부·남부법인이 만났다. 노조는 이미 완료된 5개의 외주화 이외에 추가 외주를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 물었고, 회사는 더 이상의 외주화는 없다고 답변을 했으나 믿을 수 있는 답변이 아니다. 이유는 회사가 재외주화를 했던 이유 중 하나로 인력이 계속 빠져서 이를 메꾸느라 외주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는데, 이에 처우 개선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자 의견 차이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의 외주가 없다라고 하지만 내년이 되면 또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내년에 50%까지 외주화를 진행하겠다고 말한 게 있어서 아마 올해는 5개 시범 운영이라고 얘기하지만, 내년에 좀 더 확대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고 덧붙였다.

노조의 기자회견 자료에 따르면 현재 KT service 북부법인과 남부법인의 일부 지점들이 협력업체로 전환되고 있고, 이는 영업실적이 저조한 지점을 대상으로 KT service와 외주협력업체들이 업무 위수탁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현재는 일부 지점으로 한정되어 있으나, 2024년 50%까지 확대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중이다.

이에 노조는 “통신 3사 기술서비스 (인터넷 방송통신 개통, 장애, 해지) 업무는 2017년부터 원청 정규직으로 전환되거나,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되어 왔다. 가입자와 직접 대면하는 기술 서비스 영역으로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 해결 측면, 다단계 하도급 고용구조로 인한 재정 손실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당사자 노동조합이 요구하고 선도적으로 만들어 온 것이며, 협력업체 원하청 방식의 한계가 있기에 다양한 방식의 직고용을 완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KT는 자회사로 전환된 업무를 다시 협력업체로 이관하겠다고 하는데, 한마디로 재외주화를 추진하면서 사실상 구조조정을 통해 지급 단가를 낮춰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라며 “HCN은 현장기사들이 해왔던 업무를 협력업체 사장들이 가져가면서 실제 50% 이상의 급여손실로 퇴사가 늘어나는 중이고, 인수 시 조건이었던 협력업체 고용 보장 역시 KT와 스카이라이프 입맛에 맞는 업체는 유지되고 일부 업체는 퇴출 통보를 받기도 했다”며 열악한 현실을 폭로했다.

노조에 따르면 HCN의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대다수 기본급은 200만 원에서 230만 원 사이의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러 있다.

HCN은 2021년 12월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동종업계인 LG헬로비전 협력업체의 수준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고용보장합의서를 노조와 체결했으나, 원청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고 이로 인해 협력업체들의 노동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노조는 “임금을 상품권으로 지급하거나, 노조와의 단체협약을 불이행하거나, 퇴직연금을 제대로 적립하지 않는 등의 불법적인 운영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문제 제기하는 조합원들에게 협력업체 사장들은 ‘계속 문제제기하면 센터를 폐업하고 임금을 주지 않겠다’, ‘지금 조합원들이 하고 있는 일들을 도급 기사에게 시키고 임금을 삭감하겠다’는 내용으로 협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23.11.14. 투쟁 발언하는 함께살자HCN비정규직지부 강지남 지부장. [사진=고문진 기자]
23.11.14. 투쟁 발언하는 함께살자HCN비정규직지부 강지남 지부장. [사진=고문진 기자]

2차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HCN비정규직지부 안민호 동작지회장은 “동작 센터 대부분 직원들은 짧게는 5년 길게는 15년 동안 HCN을 위해 일해온 직원들이다. 원청이 현대에서 KT 스카이라이프로 바뀌고 사장도 바뀌고 그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은 게 있다면 우리는 여전히 비정규직”이라며 현장 발언을 이어갔다.

안 지회장은 “협력사들이 중간에서 수수료를 떼어먹고 노동자를 탈취할 수 있었던 것은 HCN이 책임 있게 관리·감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청은 고용합의서에 협력업체들을 책임 있게 관리·감독 하겠다고, 노동자들의 처우를 동종업계만큼 개선하겠다고 분명히 약속했다. 인제 와서 회사 사정이 어렵다, 상황이 안 좋다고 말할 거면 협의서는 왜 작성했는가”라며 일갈했다.

HCN비정규직지부 강지남 지부장은 “고용보장 합의서에는 협력업체 내에서의 고용 불안 해소, 동종업계와 동등한 처우 개선, 고용구조 개선의 단계적 개선 이렇게 세 가지가 약속되어 있는데 원청과 협의체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돈 몇 푼 올리자고 투쟁을 시작한 게 아니라 기본적인 노동권을 지켜내고, 원하청 고용구조를 깨부수고, 안전한 노동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하는 것”이라며 총파업 진행 이유를 재차 강조했다.

한편, KT 광화문지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마친 HCN비정규직지부는 당일 저녁 19시 상암 KT스카이라이프 앞에서 노숙 농성을 이어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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