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보험업계 실적 불확실성
인수 가격 이견차 존재
금융당국 상생금융 지원책 압박

4대 금융지주. [이미지= 각사]
4대 금융지주. [이미지= 각사]

[시사프라임/이가현 기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의 인수합병(M&A)이 얼어붙었다. 저축은행업계와 보험업계 실적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인수 가격의 이견차와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등 비은행권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필요성을 느낀 금융지주들이 M&A에 관심을 보이던 와중 갑작스럽게 M&A를 포기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26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달 20일 돌연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검토를 중단했다고 발표하며 인수 포기를 공식화했다. PF 부실 규모가 커서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내기 쉽지 않고 상상인저축은행의 적자 규모도 커지고 있는 점이 변심의 원인으로 거론됐다.

이는 비단 상상인저축은행만의 문제는 아니다.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다른 저축은행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며 저축은행의 조달비용이 올랐고 실적도 악화됐다. 저축은행 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79개 저축은행은 총 약 43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저축은행권의 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손실을 감수하고 인수에 나설만큼 매력적인 매물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분기 이목을 끌었던 보험업계 인수합병도 소문만 무성할 뿐 실제로 성사된 건은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매물로 나온 보험사는 KDB생명, ABL생명, MG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동양생명 등이다.

KDB생명은 하나금융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으나 최종 불발되었다. 하나금융은 “그룹의 보험사업 전략과 부합하지 않아 진행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MG손해보험과 롯데손해보험도 올해 안에 새 주인을 찾을 것을 기대했으나 결국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MG손해보험의 경우 사법리스크 문제가 남아있는 게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은 좋은 실적을 내고도 높은 인수가에 퇴직연금에 특화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어 인수매력도가 떨어진다는 분석에 금융지주사들이 머뭇거리고 있다. 적정 인수가가 형성된다면 가장 매력이 넘치는 매물로 손꼽힌다.

보험업계 자체의 이익 부풀리기 논란도 금융지주들이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회계제도가 IFRS17로 바뀜에 따라 올해 상반기 보험사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고 지난 5월 금융감독원은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따라서 금융지주들은 보험사의 정확한 실적 파악이 가능할 때까지 기다릴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을 향한 정부와 금융당국의 상생 금융 압박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0일 금융지주회장과의 간담회에서 “과거 어느때보다 우리 금융권이 양호한 건전성과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업계 스스로 국민들의 기대수준에 부합하는 지원방안을 마련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사실상 추가적인 자금 지원을 당부했다.

구체적인 기여금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은행권은 최대 2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뱉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생 기여금은 그룹의 실적 손해로 이어지는 만큼 현 상황에서 추가적인 M&A는 부담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은행권을 향한 당국의 압박이 올해 말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당분간 금융지주들의 인수합병 움직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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