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된 NH농협은행 경동시장지점 [사진=이가현 기자]
폐쇄된 NH농협은행 경동시장지점 [사진=이가현 기자]

[시사프라임/이가현 기자] 지난 12월 22일 청량리지점과 통폐합된 후 이제는 영업을 하지 않고 있는 NH농협은행 경동시장지점에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발걸음하고 있다. 1층에 위치한 농협은행 365자동화기기 역시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 주변을 기웃거리는 시민들을 종종 마주할 수 있었다.

60대 시민 A씨는 “영업을 하는 줄 알고 왔는데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고 하니 다시 찾아봐야겠다”며 “은행이 점점 멀어지는 거 같다. 가까운 곳에 있으면 편하게 이용할텐데 이제는 은행 한 번 가려면 날 잡고 가야 될 거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말 도시권에 위치한 점포 위주의 통폐합을 진행해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특히 동대문구에 위치한 경동시장지점은 인근에 경동시장과 청량리수산시장이 자리하고 있어 이용객이 많은 편에 속했다.

작년 신규 통장개설  1위 지점이라는 썰이 돌았던 터라 폐점 소식은 이례적일 수밖에 없다.

농협은행은 경동시장지점과 청량리지점을 통합해 청량리금융센터로 명칭을 변경했다. 인근 지점을 통합하고 노후화된 건물 대신 새로운 곳에서 더 높은 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농협은행에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은행권의 점포 수 감소는 꾸준히 지적돼 왔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기준 시중 5대 은행의 직원 수와 점포 수는 감소 추세를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9월 말 기준 시중 5대 은행의 총 임직원 수는 73,008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0.9% 감소했다.

점포 수 감소도 이어졌다. 2023년 3분기 말 기준 5대 은행의 국내 지점과 출장소 수는 3,931곳으로 2022년 3분기 말(4,010곳) 대비 2% 감소했다.

점포를 가장 많이 줄인 곳은 국민은행으로 854곳에서 794곳으로 60곳을 줄였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3곳을 없앴으며, 하나은행은 1곳을 줄였다. 농협은행은 12개의 점포를 없앴다.

점포 줄이기에 속도가 붙었던 2022년에 비하면 점포 폐쇄의 속도는 줄어들었다. 이는 금융당국이 지난해 4월에 연 '제5차 은행권 경영, 영업 관행, 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점포폐쇄에 따라 금융소비자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으로, 점포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고령층에게는 점포폐쇄가 곧 금융소외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불가피하게 점포폐쇄를 결정한 때에는 공동점포, 소규모점포, 이동점포, 창구제휴 등 대체점포를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후로도 은행권의 점포 통폐합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는 시기였던 지난해 말 시중은행은 줄지어 점포폐쇄 예정 공지를 내놓았다.

디지털화로 인한 영업 방식의 변화는 불가피하지만 금융 소비자들과 디지털 취약계층의 불편함이 가중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시사프라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