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발(發) ‘돈맥경화’에 저축은행도 ‘좌불안석’
중소기업 “깐깐한 심사에 대출 받기 더 어려워졌다” 한숨

저축은행 대출금 운영현황 (출저:저축은행중앙회).  [그래픽=박시나 기자]
저축은행 대출금 운영현황 (출저:저축은행중앙회). [그래픽=박시나 기자]

[시사프라임 / 박시나 기자] 79개 저축은행 대출금이 6월 말 기준 114조5331억원을 기록 110조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손충당금 4조7909억원을 포함한 금액이다. 이 기간 기업대출은 70조원을 넘어섰다. 중소기업 대출이 꽉 찬 상태서 최근 ‘레고랜드발(發)’ 부실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출 축소 등 심사 강화로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 통계정보에 따르면 9월에 올라온 79개 저축은행의 6월 기준 대출금은 총 114조5331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말 기준 6개월 간 14조원 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예수부채는 같은 기간 116조4664억원에 달했다. 작년 말 기준 6개월 간 14조원 가량 늘면서 대출금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대출금 대부분은 기업자금으로 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금에서 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1.8%(70조7565억원)에 달했다. 가계대출은 39조6514억원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부터 올해 6개월 간 기업대출은 12조원 가량 늘어난 반면, 가계대출은 1조8000억원 가량 느는 것에 그쳤다.

기업대출의 증가는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규제에 나서면서 저축은행을 찾는 개인 고객이 줄자, 기업을 상대로 대출 확대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하반기는 기업대출 확대가 녹록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통상 저축은행의 기업대출은 하반기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하반기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들이 대출 자금을 끌어 모으기 위해 저축은행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올해는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1금융권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올리면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금리 인상에 나서 마진율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저축은행은 법정 최고금리 20% 이상을 올릴 수 없다. 그만큼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레고랜드발(發) ‘돈맥경화’ 현상으로 저축은행 부실에 대한 우려도 커진 상황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가운데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95.6%(67조5958억원) 달했다.

A 저축은행 관계자는 통화에서 “가계부채 규제 강화로 기업대출 확대에 나섰지만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기업대출 심사가 강화됐다”며 “중소기업 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중앙회 이 모 관계자도 통화에서 “기업대출 심사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지금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며 ”이렇다 보니 저축은행 상황이 힘들어지고 있다. 내년 상반기 까지 이런 기조가 이어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업대출 문턱이 높아져 중소기업 자금난이 시달리자 금융당국은 예대율을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은행과 저축은행의 예대율 규제를 6개월+알파(α)의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하면서 저축은행의 예대율은 기존 100%에서 110%로 완화된다. 이는 예금이 100만원 이라면 110만원까지 대출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출 심사 강화부터 금리 인상까지 떠앉게 된 중소기업들이 저축은행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그래픽=이은지 기자]
대출 심사 강화부터 금리 인상까지 떠앉게 된 중소기업들이 저축은행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그래픽=이은지 기자]

◆대출 심사 강화되자 중소기업 자금 압박 가중

중소기업은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자 압박에 시달리는 것 외에 대출 축소에 따른 자금난이 더 가중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9월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4.87%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4년 1월(4.88%) 이후 8년 8개월 만에 최고치다.

성동구에서 염색 공장을 운영 중인 중소기업 최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하반기에는 자금난을 겪는 시기다. 은행 대출창구를 드나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이자 압박은 고사하고 대출 받는 것도 어려워 졌다. 자금을 구하지 못하면 내년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걱정했다.

대출금리 가파른 상승에 중소기업은 아우성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99.6%가 고금리 리스크 대응방안이 전혀 없거나 불충분하다고 답했다.

금리 인상과 관련 중소기업중앙회는 “정부는 현재와 같은 복합 경제위기에 일시적으로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이 쓰러지지 않도록 정책자금 지원 확대 등 적극적인 금융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금융권도 기준금리 인상폭 이상의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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