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쳐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외부 활동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 기간 무너진 상권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외국 관광객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코로나19 이전 상황으로 회복까진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수요가 썰물처럼 빠져 직격탄을 맞은 국내 유명 상권은 버티기 중이다. 본지는 유명 상권을 중심으로 현 상황, 상권 내 소상공인의 목소리, 상권 회복에 대한 대책은 없는지 등을 담아봤다. [편집자 주]

23.05.23. 홍익대학교 정문 전경. [사진=고문진 기자]
23.05.23. 홍익대학교 정문 전경. [사진=고문진 기자]

[시사프라임/고문진 기자] 평일 오후 취재차 들른 홍대입구는 생각보다 한산했다. 굵직한 프렌차이즈 매장, 높은 빌딩이 주를 이루는 9번 출구 쪽은 여느 시가지의 점심 풍경과 다르지 않게 직장인들로 붐볐지만, 골목으로 들어가자 급격히 유동 인구가 줄었다.

오프라인 개강 비중이 늘었으니 골목마다 학생들의 복작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시기상조였을까 싶은 마음으로 상상마당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걱정도 잠시, 메인 상권에 가까워질수록 적당한 인적을 보자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다.

 

23.05.23. KT&G 상상마당. [사진=고문진 기자]
23.05.23. KT&G 상상마당. [사진=고문진 기자]

◆ “그래, 이게 바로 홍대 분위기지”... 대학생·외국인 관광객으로 ‘유동 인구+활기’↑

홍익대 재학생 김 씨(24, 여)는 “코로나 초기 때보다 확실히 사람이 많아지긴 했다”며 주변 분위기를 설명했다. 거리두기 규제가 강했던 코로나 초기에는 학교 일정도 모두 비대면으로 전환됐고,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들은 어차피 모든 게 온라인으로 가능하니 살던 월세방 빼고 본가로 내려가 지내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대학 입학 이후 쭉 학교 앞에서 자취 중이라는 김 씨는 “코로나 이전에는 평일 주말 상관없이 저녁만 되면 정신없는 거리 분위기에 머리가 아팠는데, 시끄러움에 적응될 때쯤 코로나가 터지고 조용하다 못해 적막해지니 좀 무서웠었다”고 회상했다.

대학가 근처에서 학생들을 보는 게 신기할 일은 아닌데, 김 씨의 말을 듣고 나니 홍대 거리에서 만난 대학생들이 새삼 반가웠다.

 

23.05.23. 서울시 우리마을가게 상권 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홍대 메인 상권 기준 길단위 유동 인구는 평균 8만 6천 명 이상, 그중 거주자는 247명, 직장인은 68명 정도로 추산된다. 사진은 버스킹을 보러 몰려온 사람들. [사진=고문진 기자]
23.05.23. 서울시 우리마을가게 상권 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홍대 메인 상권 기준 길단위 유동 인구는 평균 8만 6천 명 이상, 그중 거주자는 247명, 직장인은 68명 정도로 추산된다. 사진은 버스킹을 보러 몰려온 사람들. [사진=고문진 기자]

해가 뉘엿거리는 늦은 오후가 되자 거리는 더 많은 인파로 붐볐다. ‘예술의 거리’라는 수식어답게 곳곳에서 버스킹 소리가 들리고, 공연을 지켜보는 외국인들이 눈에 띄었다. 인근 가게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최근 들어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홍대 부근 호텔 2곳의 작년 3분기 외국인 투숙객 비중은 평균 75%를 점했다. 여행 리오프닝 시기와 홍대 상권의 강점으로 꼽는 인근 숙박 시설 연계가 맞물려 좋은 시너지를 내는 것이다.

 

23.05.23. 마스코트 깨비와 깨순이가 그려진 홍대 레드로드 구간. [사진=고문진 기자]
23.05.23. 마스코트 깨비와 깨순이가 그려진 홍대 레드로드 구간. [사진=고문진 기자]

◆ 길에는 빨간 페인트, 뒤돌아서면 무인사진관... 눈에 띄는 ‘외형적 변화’

홍대 상권은 분위기와 더불어 외형적 변화도 맞이했는데, 이 중 ‘레드로드 사업’은 그 규모가 상당하다.

해당 사업은 2021년 12월 홍대 문화예술 관광특구 지정에서 비롯된다. 구간은 연남동에서 합정동까지 마포 중심부를 아우르는 홍대 일대 1.13㎢, 이를 보행축 삼아 경의선숲길, 당인리발전소까지 연결한 것이 레드로드이다. 이름 그대로 붉은색 중심의 색채 디자인을 거리에 적용해 R1부터 R7까지 7개 구역으로 구분하는데 구역마다 거리공연/미술 등 중심 테마가 정해져 있다.

문화관광도시를 조성해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계하겠다는 마포구의 의지가 담긴 결과물이기는 하나 그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인 여론이 일고 있어, 들어간 예산만큼 상권 역시 부흥할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23.05.23. 메인 상권 중심에 자리 잡은 무인사진관. [사진=고문진 기자]
23.05.23. 메인 상권 중심에 자리 잡은 무인사진관. [사진=고문진 기자]

다음으로는 업종분포도이다.

비대면 일상화에 호황을 맞은 무인운영 업종 중에서도 대학가 인근에서 특히 사랑받는 무인사진관이 역시나 홍대 주변에도 다량 분포되어 있었다.

메인 상권에 있는 A 부동산은 "코로나 이전에는 화장품 가게가 많았는데 주 고객층이었던 중국인 관광객 유입이 줄어들며 지금은 그 자리에 대부분 무인 사진관이 들어섰다"고 설명했다. 40곳 정도 들어왔는데 모두 장사가 잘된다고 한다.

양말이나 핸드폰 케이스 등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가게들은 코로나 이전보다 줄었고, 옷가게가 늘어난 점도 변화된 부분이다.

 

23.05.23. 메인 상권 중심에 자리 잡은 옷가게. [사진=고문진 기자]
23.05.23. 메인 상권 중심에 자리 잡은 옷가게. [사진=고문진 기자]

◆ ‘낮은 내수율, 높은 임대료 수준’ 여전한 어려움에 울적한 상인들

그럼 홍대 상권에서 장사하는 이들의 체감 온도는 어떨까.

홍익지구대 인근에 거주하며 공방을 운영하는 이 씨(63, 여)는 “20년 가까이 살며 주변 (상권의) 흐름을 봤는데 코로나 이전이나 지금이나 장사하기 좋은 몫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가 말한 좋지 않은 몫의 원인은 임대료였다. 홍대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 씨의 주변 지인들 역시 높은 임대료 수준에 예나 지금이나 녹록지 않다는 평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23.05.23. 메인 상권으로 넘어가기 전 골목은 아직도 공실이 많다. [사진=고문진 기자]
23.05.23. 메인 상권으로 넘어가기 전 골목은 아직도 공실이 많다. [사진=고문진 기자]

마포구에서 부동산중개 일을 하는 B씨는 “홍대 상권의 터무니없는 임대료 수준은 이미 수년 전부터 문제였다”라며 “메인 상권은 공실률이 회복 중인 듯 보여도, 몇 발자국 떨어진 골목만 가도 징검다리 공실이 대부분이고, 높은 임대료를 감당 못해 나가는 이들이 많아 한 자리에 업종이 수시로 바뀐다”고 설명했다.

에이원감정평가법인이 작성한 23년 1월 서울시 상가임대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코로나로 인한 권리금 하락으로 평균 초기투자비가 감소했음에도, 홍대 상권은 가장 높은 비용을 보였고 매출액 대비 통상임대료 비율도 적신호가 켜진 상태이다.

 

2022년 초기투자피 현황. 국내 상권 중 마포구가 제일 높은데 그중에서도 홍대입구가 가장 높다. [자료출처=서울시 상가임대차 실태조사서]
2022년 초기투자피 현황. 국내 상권 중 마포구가 제일 높은데 그중에서도 홍대입구가 가장 높다. [자료출처=서울시 상가임대차 실태조사서]

점포운영 시 상인들이 중요요소로 꼽는 △임대료 수준 △경기 상황 △유동 인구/고객 수 변동을 기준으로 보면 경기 상황은 어렵고, 임대료 수준은 코로나 변수에 관계 없이 높으니, 팬데믹 시기보다 호황된 분위기는 오롯이 거리두기 완화에 따른 유동 인구 증가 덕분인 것이다.

코로나 종식과 함께 다시 찾아온 홍대의 젊은 활기가 반갑지만, 좀처럼 잡히지 않는 임대료 수준에 유명무실한 상권으로 흐려질까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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