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쳐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외부 활동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 기간 무너진 상권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외국 관광객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코로나19 이전 상황으로 회복까진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수요가 썰물처럼 빠져 직격탄을 맞은 국내 유명 상권은 버티기 중이다. 본지는 유명 상권을 중심으로 현 상황, 상권 내 소상공인의 목소리, 상권 회복에 대한 대책은 없는지 등을 담아봤다. [편집자 주]

23. 6. 4  지하철 신촌역 2, 3번 출구로 나오면 연세대와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어지는 '연세로'가 나온다. 이 연세로 좌우로 패스트푸드점, 카페, 드럭스토어 등이 들어서 있다. [사진=백나은 기자]
23. 6. 4  지하철 신촌역 2, 3번 출구로 나오면 연세대와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어지는 '연세로'가 나온다. 이 연세로 좌우로 패스트푸드점, 카페, 드럭스토어 등이 들어서 있다. [사진=백나은 기자]

[시사프라임 / 백나은 기자] 지하철 2호선 신촌역 2, 3번 출구로 나가면 연세대학교로 이어지는 연세로 메인 가로변이 나온다. 이 연세로 메인 길을 따라 좌우로 카페, 옷가게, 드럭스토어, 카페 등이 들어서 있으며, 또 그 사이사이 골목마다 음식점을 비롯한 다양한 가게들이 즐비해 있다.

이렇게 연세로 메인 가로변과 현대백화점 블록, 명물거리로 나뉘면서 대학상권이 형성돼 있는 이곳을 우리는 ‘신촌’이라고 부른다.

좀 더 넓은 범위로 연세대, 서강대, 이대, 홍익대 등 대학가가 모여 있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창천동, 마포구 노고산동 일대를 한데 묶어 ‘신촌’으로도 부르지만, 통상 신촌역을 중심으로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이대 정문에서 신촌 기차역까지 이어지는 골목거리를 신촌으로 부른다. 연대와 이대를 따로 분리해서 연대 인근에 형성된 상권만을 ‘신촌’으로 보기도 한다. 연대 신촌캠퍼스의 학생들은 학교 자체를 신촌으로 일컫기도 하는데, 이는 보통 ‘신촌’이라고 하면 연세대학교를 먼저 떠올리는 것과도 다르지 않다.

신촌 인근은 평일 낮임에도 학생들과 병원 방문객, 인근 주민들로 꽤 활기를 띠는 모습이었다. [사진=백나은 기자]
신촌 인근은 평일 낮임에도 학생들과 병원 방문객, 인근 주민들로 꽤 활기를 띠는 모습이었다. [사진=백나은 기자]
신촌 상권은 2000년 초까지 호황을 누렸지만 이후 홍대로 상권이 옮겨가면서 조금씩 쇠퇴하기 시작했지만, 연세대 학생들과 신촌 세브란스병원 내원객, 인근 주민이 고정적인 고객층이 있어 상권이 유지되고 있다. [사진=백나은 기자]
신촌 상권은 2000년 초까지 호황을 누렸지만 이후 홍대로 상권이 옮겨가면서 조금씩 쇠퇴하기 시작했지만, 연세대 학생들과 신촌 세브란스병원 내원객, 인근 주민이 고정적인 고객층이 있어 상권이 유지되고 있다. [사진=백나은 기자]

◆ 원조 젊음의 거리 ‘신촌’

신촌(新村)이라는 이름은 ‘새로 생긴 마을’이라는 뜻의 ‘새터말’에서 유래했다. 서울의 대표적인 번화가 중 하나로 꼽히는 ‘신촌’은 서울 서북권의 교통 및 상업 중심지이자, 인근의 연대, 서강대, 이대, 홍익대 등 주요 대학이 몰려 있어 ‘젊음의 거리’로 인식되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신촌․이대 상권은 1970년대부터 시작해 1990년대까지 종로, 명동과 함께 ‘강북 3대 상권’으로 불리며 호황을 누릴 정도였다. 대학가 상권이지만 인근 지역의 직장인들까지 자주 찾았을 정도로 젊음과 낭만이 넘치는 ‘신촌’이었다.

지하철 신촌역에서 경의중앙선 신촌역(신촌기차역)으로 가는 길에 만난 원룸텔. 신촌과 이대 인근에는 이와 같은 원룸텔리 많은 편이다. [사진=백나은 기자]
지하철 신촌역에서 경의중앙선 신촌역(신촌기차역)으로 가는 길에 만난 원룸텔. 신촌과 이대 인근에는 이와 같은 원룸텔리 많은 편이다. [사진=백나은 기자]

당시의 인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도 인근 대학의 학생들뿐 아니라 주변의 젊은이들이 약속 장소로 자주 찾는 곳인 만큼 이곳 신촌은 음식점(백반/한식)과 카페, 패스트푸드점과 같은 업종이 주를 이룬다. 또한 대학가인 만큼 원룸, 오피스텔 등의 형태를 띤 하숙집도 많다.

여전히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긴 하지만 사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호황을 누리던 때에 비하면 상권이 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20년 넘게 이곳 신촌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한 사장님의 증언에서도 알 수 있다.

특색 있는 옷과 액세서리 등을 팔며 여대생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었던 이화여대 인근 상점들이 홍대 쪽으로 옮겨가면서 신촌 상권도 덩달아 하향길로 접어들었고,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여느 상권들이 그랬듯 신촌 상권 역시 깊은 침체기를 겼었다.

신촌에서 20년 넘게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한 사장님이 '연세로'를 가리키고 있다. 이 인근에 카페가 많이 들어서 있다. [사진=백나은 기자]
신촌에서 20년 넘게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한 사장님이 '연세로'를 가리키고 있다. 이 인근에 카페가 많이 들어서 있다. [사진=백나은 기자]

◆ 피해가지 못한 코로나19 … 그래도 회복세 보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권정보에 따르면 올 5월말 기준 신촌역 기준 500m 반경 카페로 등록된 업소는 160개로 집계됐다. 반경 1㎞ 지역에만 445개의 카페가 존재할 정도로 신촌의 일평균 유동인구 수도 25만 3000여명을 넘긴다.

인근 직장인들과 주거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찾는 이들이 연령층이 다양한 것을 고려해 백반이나 한식을 위주로 장사하는 업소도 신촌역 기준 500m 반경 128개, 반경 1㎞ 지역에만 274개에 이른다.

물론 두 업종을 포함한 신촌역 상권 역시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여느 상권과 마찬가지로 유동인구가 줄어들면서 폐점하는 가게가 적지 않았다. 신촌역만 따졌을 때 2020년 신촌역 상가 공실률이 44%까지 올랐을 정도였다.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같은 해(2020년) 2분기 신촌의 중대형 상가공실률은 10.5%였다. 한 집 건너 한 집은 아니더라도, 10개 중 한 곳은 비었다는 말이다. 대학 강의가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주 고객층이던 대학생의 발길이 줄어든 것과 집합금지 등으로 모임이 많이 줄어든 것이 공실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진단이다.

그나마 연세대와 신촌 세브란스병원, 인근 거주민들이라는 고정 고객층이 있어 상권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신촌 인근 부동산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코로나19 후유증을 겪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70년대 젊은이들의 집합소였던 신촌의 명물 '독다방' 입구 모습 [사진=백나은 기자]
70년대 젊은이들의 집합소였던 신촌의 명물 '독다방' 입구 모습 [사진=백나은 기자]

이에 서울시가 ‘오래된 가게’를 방문하면 추첨을 통해 상품을 주는 ‘스탬프 투어’를 실시하고 있다. 인근 홍대나 연남동 상권에 밀리고 있는 신촌 역시 ‘오래된 가게’ 스탬프 투어를 통해 상권 회복을 노리고 있다.

서대문구청은 오래된 가게들도 소개하고 신촌 상권의 이용객 증대와 매출을 늘리기 위해 이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한 바 있다. 행사 참여는 간단하다. 워크온 앱을 통해 오래된 가게를 방문해 스탬프를 찍고 서대문구 내 어떤 가게든 상관없이 필요한 물건이나 음식을 소비하면 된다. 워트온 앱을 켜고 ‘오래된 가게’에 들러 스탬프를 찍고, 신촌 일대 가게에서 구매한 영수증을 등록해 응모하면 추첨을 거쳐 서울사랑상품권을 받을 수 있다.

신촌역 3번 출구 앞에 터줏대감처럼 서 있는 '홍익문고' [사진=백나은 기자]
신촌역 3번 출구 앞에 터줏대감처럼 서 있는 '홍익문고' [사진=백나은 기자]

신촌 상권 내 ‘오래된 가게’ 방문 대상은 신촌의 대표적인 서점인 ‘홍익문고’를 비롯해, 70년대 젊은이들의 집합소였던 ‘독다방’, 6월 민주항쟁 당시 학생들의 아지트였던 해장라면집 ‘훼드라’, 미도사진관, 공씨책방, 신촌에서 가장 오래된 커피 전문점인 ‘미네르바’와 70년대 초부터 의사 가운과 간호사복을 만든 ‘연희가운’이다.

또한 서대문구는 신촌 상권 활성화를 위해 지난 1월 20일부터 9월까지 신촌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차 없는 거리)를 시범 해제했지만, 일대 상인들은 아직 ‘차 있는 거리’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러 신촌을 찾아올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다.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는 6월까지 매출액 등 상권 변화를 파악하고 9월까지 통행 속도 등 교통을 모니터링해 최종 운영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 신촌 상권 (2)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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