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쳐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외부 활동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 기간 무너진 상권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외국 관광객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코로나19 이전 상황으로 회복까진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수요가 썰물처럼 빠져 직격탄을 맞은 국내 유명 상권은 버티기 중이다. 본지는 유명 상권을 중심으로 현 상황, 상권 내 소상공인의 목소리, 상권 회복에 대한 대책은 없는지 등을 담아봤다. [편집자 주]

지난 14일 오후 찾은 대학로의 모습. 지하철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는 대학로의 상징인 마로니에 공원으로 갈 수 있는 출구로 약속 장소로도 많이 정해지는 곳이다. [사진=백나은 기자]
지난 14일 오후 찾은 대학로의 모습. 지하철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는 대학로의 상징인 마로니에 공원으로 갈 수 있는 출구로 약속 장소로도 많이 정해지는 곳이다. [사진=백나은 기자]

[시사프라임 / 백나은 기자] “학생들도 있고 연극 보러 오는 사람들도 있어서 다른 곳보다는 좀 나은 것 같아요. 그래도 옛날에 비하면 상권이 많이 죽긴 했죠.”

대학로에서 20년 넘게 장사하고 있는 한 사장님의 말이다. 대학로는 90년대까지만 해도 인근 대학생들은 물론 직장인들도 자주 찾는 곳으로 밤낮이 없을 정도로 성황을 이루던 곳이었다. 클럽과 호프집은 문전성시를 이뤘으며, 소극장이 많아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낮에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인근 대학생들과 청년들이 마로니에공원을 중심으로 모여들어 청춘을 만끽할 정도로 언제나 활기가 넘쳤던 곳이다. 그러던 곳이 지난 2004년 서울시가 추진한 ‘문화지구지정’으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옆에 위치한 아르코예술극장. 이곳 또한 대학로의 상징 중 하나다. [사진=백나은 기자]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옆에 위치한 아르코예술극장. 이곳 또한 대학로의 상징 중 하나다. [사진=백나은 기자]

연극인들을 위해 공연 중심의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역설적으로 대기업들이 진출하면서 상업화되고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자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연극인들이 더욱 어려운 환경에 처하게 된 것이다. 자연스럽게 연극인들이 떠나거나, 극장의 주인이 바뀌는 등의 과정을 겪으면서 대학로는 한때 침체기를 맞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집합금지 등이 취해졌을 때의 사정은 더 어려웠다. 대학로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도 많이 줄었다. 문을 닫는 가게도 많았다. 이는 노점상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출구 인근에서 떡볶이 장사를 하고 계신 한 사장님은 "공연 보러 오는 분들이 있어 그나마 다른 상권보다는 괜찮은 것 같다"면서도 "이곳 역시 힘들고 어렵다는 사장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사진=백나은 기자]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출구 인근에서 떡볶이 장사를 하고 계신 한 사장님은 "공연 보러 오는 분들이 있어 그나마 다른 상권보다는 괜찮은 것 같다"면서도 "이곳 역시 힘들고 어렵다는 사장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사진=백나은 기자]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출구 인근에서 떡볶이 장사를 하는 한 사장님은 “코로나19 기간에도 쉬지 않고 나왔다면서, 다른 노점이나 가게들은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았다 ”고 말한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때에 비하면 지금은 손님들이 있는 편”이라면서도 다른 상인들처럼 “그래도 예전 대학로 전성기 때에 비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사장님의 말에 따르면 과거에는 클럽도 있었고, 호프집과 같이 유흥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많았지만 문화지구로 지정되면서 유흥업종에 대한 제약이 생기면서 손님들이 많이 줄었다. 또한 ‘공연’ 중심의 거리 특성상 간단한 먹을거리나 카페 등을 찾는 손님들로 그 유형도 많이 바뀐 것도 과거의 전성기에 못 미치는 요인 중 하나가 됐다.

지난 14일 오후 찾은 대학로에는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로 활기가 넘쳤다. [사진=백나은 기자]
지난 14일 오후 찾은 대학로에는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로 활기가 넘쳤다. [사진=백나은 기자]

◆ 대학로의 유래

대학로는 동숭동에 있던 서울대학교가 관악산캠퍼스로 이전한 후 마로니에 공원이 들어서면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문화예술진흥원, 아르코미술관 등이 세워졌고, 1985년부터 일대의 특성을 살려 거리를 개방하면서 ‘대학로’라 부르기 시작했다.

좀 더 시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서울대학교의 전신인 경성제국대학이 위치해 있던 데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다.

대학로 상권은 크게 대학로 인근, 대학로에서 창경궁로 사이(대명거리), 성균관로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그중 소극장들이 몰려 있는 마로니에 공원을 중심으로 형성된 상권과 건너편 성균관대학교로 가는 길목에 형성된 상권, 그리고 성균관대학교를 중심으로 골목마다 형성된 상권이 그나마 유동인구가 있는 편에 속한다.

대학로 상권이 코로나19 때에 비해 활력을 찾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건물이 비어 있는 곳도 눈에 띄었다. [사진=백나은 기자]
대학로 상권이 코로나19 때에 비해 활력을 찾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건물이 비어 있는 곳도 눈에 띄었다. [사진=백나은 기자]

◆ “그나마 ‘대학로’여서”

평일 오후에 찾은 대학로는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마침 강원도 화천에서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도 만날 수 있었다. 학생들의 풋풋하고 생기 있는 모습이 대학로를 더욱 활기 있게 만드는 듯했다. 마로니에 공원을 중심으로 소극장들이 들어선 골목 일대 상점들도 대부분 문을 연 상태였지만 아직은 한가한 모습이었다. 군데군데 공실 상태인 곳도 보였다.

이번에는 길을 건너 성균관대학교로 발걸음을 옮겼다. 혜화역 2번 출구 마로니에 공원 앞처럼, 성균관대학교로 갈 수 있는 4번 출구 역시 약속과 만남의 장소로 붐비는 곳 중 하나다.

여느 대학가 상권처럼 이곳도 무인사진관, 카페, 액세서리 가게 등이 메인골목 양옆으로 형성돼 있으며, 그 사이 골목마다는 음식점이 자리 잡고 있다.

대학로 역시 여느 대학가처럼 무인사진관이 몇몇 눈에 띄었다. []사진=백나은 기자
대학로 역시 여느 대학가처럼 무인사진관이 몇몇 눈에 띄었다. []사진=백나은 기자
성균관대학교로 올라가는 메인 골목 양옆으로는 꽤 많은 부동산이 자리 잡고 있었다. 또한 대학가 특성상 카페나 분식집 비중도 높았다. [사진=백나은 기자]
성균관대학교로 올라가는 메인 골목 양옆으로는 꽤 많은 부동산이 자리 잡고 있었다. 또한 대학가 특성상 카페나 분식집 비중도 높았다. [사진=백나은 기자]

신호등을 건너 성균관대로 올라가는 골목 양옆으로는 한눈에도 많은 수의 부동산이 자리 잡고 있다. 성대 앞에서 50년간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다는 A사장님께 상권 상황에 대해 여쭤보니 “코로나10 때나 지금이나 비슷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공실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다들 어렵다고 한다”면서 “일단 이 골목만 봐도 부동산이 많아 월세 내기도 힘들다. 부동산만으로는 생활이 안 돼 다른 일을 병행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골목에서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는 가게에 들어가 상황을 물으니 “날이 더워지기도 했고, 대학생들도 다니다 보니 손님이 있는 편”이라면서 “코로나19 때도 이곳은 손님이 찾아오는 편”이었다고 말했다.

신호등이 있는 사거리에서 성균관대학교 입구까지 이어지는 골목에는 대학가답게 치킨이나 카페, 분식(김밥)집, 편의점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었으며, 복사나 출력, 논문 제본 등을 하는 상점도 눈에 띈다. 간혹 늦은 점심이나 이른 저녁을 대신하는 듯 분식집에 손님들이 있는 것을 제외하면, 카페 외에는 한가로운 모습이었다.

성균관대로 올라가는 골목에는 카페, 분식집, 편의점 등이 주로 자리 잡고 있다. [사진=백나은 기자]
성균관대로 올라가는 골목에는 카페, 분식집, 편의점 등이 주로 자리 잡고 있다. [사진=백나은 기자]

마침 지나가는 학생들이 있어 학교 앞 가게를 자주 이용하는지 물었다. 학생들은 저녁 시간에 종종 치킨과 호프를 즐긴다면서도, 예전에 비해 유흥에 사용하는 비율은 줄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꼭 카페에 들러 커피나 좋아하는 음료를 사먹는다고 전한다.

여느 대학가 상권을 취재할 당시에도 부동산 관계자나 주변 상인에 말에 따르면 유흥(술을 함께 마실 수 있는 음식점 등)에 관련된 지출은 줄고, 카페나 무인사진관이 많이 생겼다는 말처럼 대학로 상권 역시 비슷한 양상이다.

그럼에도 ‘대학로’이기에 고정적인 유동인구가 있는 덕에 다른 상권보다는 ‘괜찮은 편’이라는 것이 인근 상인들의 말이다. 하지만 이 또한 잘 되는 가게나 노점에 국한돼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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