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홍콩H지수 ELS 판매 잔액 15조 6천억원 가량
금감원 불완전판매 여부 점검 나설 것
전문가, 증권사와 금융당국 책임 있다 주장

국내 4대 은행 [사진=시사프라임DB]
국내 4대 은행 [사진=시사프라임DB]

[시사프라임 / 이가현 기자] 중국 우량기업으로 구성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이하 홍콩H지수)의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이와 연계한 ELS의 손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아직 판매 중단 결정을 내리지 못한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검토 중이다”는 답변이다. 일부 전문가는 이번 사태와 관련 증권사와 금융당국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판매 잔액은 지난 8월 말 기준 20조 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15조 6,000억원 가량이 은행을 통해 판매됐다.

ELS는 주가지수가 상품 가입 당시 가격의 60~70% 이상을 회복하지 못하면 손실이 발생한다. H지수는 2021년 초 1만 2,000선 이상까지 올랐다가 중국의 경제 둔화, 미・중 분쟁 등으로 현재는 6,000선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만기가 도래하는 내년 상반기까지 회복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ELS 상품을 가장 많이 판매한 곳은 KB국민은행으로 7조 8,458억을 판매했다. 이어 신한은행이 2조 3,701억원, 하나은행이 2조 1,782억원, NH농협은행이 2조 1,310억원, 우리은행이 413억원 규모를 판매했다.

이 중 절반 가량인 8조 3,000억원 가량이 내년에 만기를 맞이한다. 은행별 상반기 만기 도래 판매 잔액은 KB국민은행이 4조 7,72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농협이 1조 4,833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신한은행이 1조 3,766억원, 하나은행이 7,526억원, 우리은행이 249억원 순이다. H지수가 현 상태를 유지하는 이상 최소 3조원의 원금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규모 손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은행권은 홍콩H지수 ELS 상품 판매 중단에 나서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의하면 NH농협은행은 지난달 초 전국 각 지점에 ELS판매룰 중단하고 ELB만 판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지난해 11월과 12월 홍콩H지수 ELS 판매를 중단했다.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시사프라임>과 통화서 “판매 중단은 고려하고 있지 않고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다각적인 관점에서 검토하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 역시 “정해진 사항은 없으나 검토 중”이라며 명확하게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사태가 심각해짐에 따라 금융 당국은 긴급 실태 조사에 나섰다. 관련 상품을 판매한 은행에 원금 손실 가능성과 홍콩H지수의 변동성 등을 제대로 설명했는지 등 ‘불완전판매’ 요소가 없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 금융당국의 책임도 있다고 주장한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사프라임>과 통화서 “불완전판매인지 아니면 키코와 같이 문제가 있는 상품으로 국내에서 판매하기에 부적절한 상품인지가 중요하다”며 “상품을 판매할 때 은행의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감독 당국이 확인하면 되는 것이고, 법률적인 하자가 있는 부적절한 상품이라면 상품을 만든 증권사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해당 상품의 인가는 금감원이 해주었을테니 증권사와 금감원에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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