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3.15 집회에서 피해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가현 기자]
24.3.15 집회에서 피해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가현 기자]

[시사프라임/이가현 기자] 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피해자들이 지난 12월과 1월에 이어 3차 집회를 열고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안을 규탄하며 원금 전액을 보상할 것을 촉구했다.

15일 오후 홍콩H지수 ELS 피해자모임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NH농협은행 본점 앞에서 ‘대국민 금융 사기 규탄’ 집회를 열고 이같이 주장하며 입장문 발표와 뱅크런(항의성 예금인출)을 진행했다.

집회가 시작되기 전 피해자 A씨는 14일 NH농협은행 충정로지점에서 겪은 일을 진술했다. A씨는 판매자에게 파생상품펀드의 투자권유자문인력 자격증과 보수교육 날짜를 보여달라고 방문했으나 농협은행은 경찰과 변호사 약 20명을 불렀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어 판매자 장씨는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를 가린 채 자격증을 보여주었으나 농협은행에는 장씨와 동명이인이 7명이 있으며, 그마저 보수교육 미이수라는 글자를 봤다고 덧붙였다.

A씨는 “장모씨는 불법판매자이고 이를 감춰준 농협은행은 사기집단”이라며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이 없다는 이유로, 예・적금하는 습관이 있다는 이유로, 은행직원을 믿었다는 이유로 피해자가 됐다. -54%로 돌아온 그 돈은 아껴두었던 유일한 목돈이고 고생했던 어머니께 드리고 싶었던 마음이다. 돌려달라고 외치는 건 돈이 아닌 저의 삶이다. 저희는 어제 영업방해로 신고당했다. 우리는 오늘 농협은행을 인생방해로 신고하겠다”고 말했다.

김태규 홍콩H지수 ELS 피해자모임 대외협력위원장은 “피해자 모임은 작년 12월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1차 집회를 시작으로 지난 1월 2차 집회, 그리고 정부와 여야 의원들에게도 간절히 현사태에 대해 들어달라고 외쳤다. 그러나 여전히 은행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금융당국도 국민과 피해자를 외면하는 배상안을 발표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ELS 피해자들은 3월 11일 예고한 금감원의 공식배상조정안 입장문을 가슴 졸이며 기다렸다. 그러나 금감원은 사전에 배상안 발표 내용을 주요 은행측을 불러 공유했다. 그냥 대놓고 입을 맞추는 게 차라리 나을 것이다. 이러니 금융당국과 시중은행 경영자들은 한 패거리라는 소리를 국민들에게 듣고 있는 것”이라며 “오는 3월 18일 은행연합회측과 금감원과의 간담회를 한다고 한다. 도저히 넘어갈 수 없어 피해자모임은 3월 18일 오후 5시 은행연합회 앞에서 깜짝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개회 선언에 이어 4명의 피해자들이 피해 사례를 발표했다. 피해자 B씨는 “60대 중반이신 어머니가 대리가입했다. 정기예금이 나올때마다 ELS를 가입해 3명의 가족이 모은 전재산 10억 초반이 18개로 나뉘어 가입되어 있다”며 “은행은 정기예금 같은 상품이라고 했으며 위험성은 전혀 설명되지 않았고 단 8분만에 가입됐다”고 설명했다.

B씨는 이어 “어머니는 은행이니까 증권회사처럼 위험한 상품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가입했다. 2021년에 담당자가 바뀌었는데 어머니가 담당자에게 정기예금상품 소개를 부탁드렸더니 ELS를 추천했다. 재가입자라고 위험성 설명도 안 했고 원금과 이자 다 받을 수 있다고 설명을 들었다고 한다. 투자성향분석 등은 담당자가 테블릿으로 체크해왔고 이름과 사인만 적게 했다. 금감원에서 시켜서 의례적으로 하는 거니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다고 하며 해피콜도 그냥 네네 하면 된다고 어머니를 안심시켰다. 정기예금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설명서, 계약서 없이 통장 하나만 주었고 담당자에게 어머니가 이 상품을 가입하기에 적합해보였냐고 따지니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피해자 C씨는 70대 노모를 대신해 나왔다며 “어머니가 은행에 보유한 금액은 명백한 노후자금이지만 농협은 이런 피같은 돈을 초고위험 상품인 ELS에 가입해 운용하도록 권유했다. 이는 적합성 원칙을 위반한 불법행위이다. 그러나 농협은 적합성 원칙 위반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결국 동의했잖아라는 말 한마디만 하면 적합성 원칙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적합성의 원칙은 은행원이 고객에게 추천한 금융상품에 대해 고객이 동의하고 가입의사를 밝히기 전 단계에서 은행원이 고객에게 적합한 절차에 따라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을 추천했는가의 문제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C씨는 이어 “ELS상품의 핵심은 1억을 투자했을 때 3가지 기초자산의 기준평가일 대비 65% 이하로 하락하지 않으면 최대 1천만원 연 4.7%의 수익을 돌려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3가지 기초자산 중에 하나의 자산이라도 65% 이하가 되면 그 순간 어머니가 투자한 1억에서 3,500만원이 공중으로 분해되어 사라지는 상품”이라며 “이렇게 설명했다면 누가 이 상품에 가입하겠나. 똑같은 질문을 농협 직원에게 해봤더니 그래서 대부분 가입을 안 한다고 대답했다. 논리적으로 누가봐도 농협은 적합성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상품을 어머니에게 권유했고 손실에 대한 적절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홍콩H지수는 변동성이 상당히 심한 기초자산이다. 그러나 농협은 이를 설명하지 않은 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자사에서는 홍콩ELS가 손실이 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타사의 손실까지 설명할 의무는 엏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C씨는 금감원장에도 메시지를 던졌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왜 금융소비자보호법이라고 명명되었는가. 금감원이 발표한 배상안 대로라면 금융기관보호법이라고 해야하지 않겠는가. 어떤 위법한 절차와 방법으로 작성되었더라도 계약서라는 서류가 존재하고 가입자의 기억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 녹취기록이 파일로 존재하기만 한다면 은행은 그것을 빌미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면책특권을 부여하기 위한 법인가”라고 반문하며 “이 사태의 근본적인 책임은 ELS와 같은 초고위험상품을 은행에서 일반대중을 상대로 판매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관리감독 책임을 소홀히 한 금감원에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길성주 홍콩H지수 ELS 피해자모임 위원장은 “금융감독원 이복현 원장은 홍콩 ELS피해자들이 고위험상품 가입 당시 시중은행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증거와 환경 속에 처한 상황을 전혀 조사하지 않은 채 단지 접수된 몇 개의 배상안 예시만 들고나와 피해자들을 구분하고 갈라치기 하며 현 사태의 본질을 심하게 왜곡하고 있다”며 “행정조정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홍콩 ELS 피해자들은 명백히 이 자리에서 밝히는 바이며, 금융기관의 홍콩H지수 ELS상품 판매과정을 관련 법에 따라 정확히 점검하고 판단해주기를 당부드린다. 발표된 배상안 발표를 철회하고 관련 법에 따른 명백한 배상절차를 신속히 진행해주기를 요청한다”는 내용의 피해자 입장문을 발표했다.

발언이 있은 후 피해자들은 은행을 향해 이동해 뱅크런(항의성 예금 인출)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안전사고 때문에 동시에 들어갈 수 없다는 은행 직원들과의 마찰이 있기도 했으나 순서대로 은행에 입장해 수십 명의 피해자가 예금을 인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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