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은행 금감원 분쟁조정기준안 수용...신속한 배상 처리 나설 것
은행권 홍콩ELS 배상 규모 약 2조원 추산 4월부터 본격 배상 절차 시작
대다수 피해자 “금감원 분쟁조정안 받아들일 수 없다” 규탄

24.3.29 여의도 KB국민은행 앞에서 진행된 집회에 참여한 홍콩ELS상품 가입자들이 피켓을 들고 서있다. [사진=이가현 기자]
24.3.29 여의도 KB국민은행 앞에서 진행된 집회에 참여한 홍콩ELS상품 가입자들이 피켓을 들고 서있다. [사진=이가현 기자]

[시사프라임/이가현 기자] 29일 진행된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이사회를 끝으로 홍콩H지수 ELS 상품을 판매한 주요 시중은행 7개가 분쟁조정안을 수용하고 자율배상 절차에 들어가게 됐다. 그러나 가입 피해자들은 은행들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ELS 판매 시중은행, 금감원 분쟁조정 기준안 수용

KB국민은행은 29일 이사회를 열고 홍콩 ELS 손실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른 자율조정안을 결의하고 투자자에 대한 자율배상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은 ‘자율조정협의회’를 설치해 신속한 배상 처리에 나설 계획이다. 자율조정협의회는 금융업 및 투자상품 관련 법령과 소비자보호 분야에 풍부한 학식과 경험을 갖춘 외부 전문가들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외부 전문가들은 투자자 별 판매 과정상의 사실 관계와 개별 요소를 면밀히 파악해 배상금액 산정을 지원한다.

같은 날 이사회를 개최한 신한은행도 금융감독원의 기준안에 따르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금감원의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라 기본 배상비율을 결정하고 사실관계 확인을 거쳐 투자자 별 고려 요소를 반영해 최종 배상비율을 산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 역시 외부 전문가들이 포함된 자율조정협의회를 설치해 배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며, 4월부터 고객과 접촉해 배상 내용, 절차 등의 안내를 시작한다. 배상비율 협의가 완료된 고객부터 배상금 지급이 이루어진다.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분쟁조정안을 수용하기로 한 우리은행은 4월 12일 첫 만기분부터 분쟁조정안에 따라 투자자와 배상 협의에 나선다. 우리은행은 손실이 확정된 투자자의 경우, 조정비율 협의와 동의를 마치면 일주일 이내로 배상금 지급이 완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나은행 역시 27일 이사회를 열고 금감원의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하기로 결의했다. 하나은행은 신속한 배상 처리를 위해 소비자보호그룹 내 ‘홍콩 H지수 ELS 자율배상위원회’와 ‘홍콩 H지수 ELS 자율배상지원팀’을 신설하기로 했다.

우리은행 발표 이후 28일까지 NH농협은행・SC제일은행・씨티은행도 금감원의 자율배상안에 따르기로 결정하며 자율배상을 결정한 은행은 7개로 늘었다.

시중은행들은 자율배상을 결의하며 공통적으로 신뢰와 고객보호를 입에 올렸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객 가치와 신뢰 회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신속한 배상 의지를 표명하는 차원에서 자율적 배상 실시를 결정했다”고 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객의 평생금융파트너로서 신뢰 회복을 최우선으로 실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를 은행의 최우선 가치로 삼아 손님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손님 중심의 금융서비스를 선보여 나가겠다”고 다짐했으며 우리은행 관계자는 “거래고객을 보호하고 분쟁을 방지하고자 금감원 분쟁조정기준안을 숙고해 자율조정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ELS 가입 피해자, 원금 전액 배상 요구

그러나 홍콩ELS 피해자들은 믿었던 은행에게 배신을 당했다는 입장이다. 홍콩H지수 ELS 피해자모임은 29일 여의도 KB국민은행 앞에서 4차 집회를 열고 원금 전액을 배상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피해자 모임은 분쟁조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표하며 “농협부터 KB국민・신한・하나・SC제일은행까지 규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ELS상품을 판매한 시중은행을 비판했다.

이들은 ▲서민대상 대사기극 사기집단 은행들은 원금전액 배상하라 ▲낙인손실 설명없이 초고위험상품 왜 팔았냐 ▲금소법 어긴 가입절차 사기판매 인정해라 등의 메시지를 담은 피켓과 함께 구호를 외쳤다. 지난 3차 집회에 이어 은행 내부로 진입해 예금을 인출하는 뱅크런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시중은행이 자율배상을 결정하며 100% 배상을 원하는 피해자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음에 따라 대다수의 피해자들은 사적화해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배상 비율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금감원 분쟁조정 또는 소송 절차로 넘어가게 된다.

한편 은행권의 배상규모는 약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한국신용평가가 발표한 ‘홍콩 H지수 기초 ELS 상품 대규모 손실의 은행권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6개 은행(KB국민・신한・NH농협・하나・우리・SC제일)의 올해 총 예상 배상액은 1조 9,510억원이다. 이는 시장 예상 배상비율인 40%를 적용한 결과이다. 홍콩ELS를 가장 많이 판매한 국민은행의 배상액은 약 9,900억원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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