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자율규제 아닌 새로운 체계 구축 필요”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지배권 행사해서는 안 돼”

20일 오전 온라인플랫폼공정화를위한전국네트워크가 ‘카카오 불통 사태로 본 플랫폼의 독점 문제’ 관련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사진=박세연 기자]
22. 10.20. 20일 오전 온라인플랫폼공정화를위한전국네트워크가 ‘카카오 불통 사태로 본 플랫폼의 독점 문제’ 관련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사진=박세연 기자]

[시사프라임 / 박세연 기자] 지난 15일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서비스의 마비로, 시기상조이며 근거가 부족하다고 일축되어 온 빅테크 기업의 플랫폼 독점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카카오의 위기 대처 능력 미비로 많은 소비자와 소상공인이 막대한 불편과 피해를 입자 집단소송법 및 징벌적손해배상제도를 비롯해 온플법 및 플랫폼 반독점을 위한 입법 논의에 정부와 국회가 나서달라는 주장이 나왔다.

온라인플랫폼공정화를위한전국네트워크는 20일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카카오 불통 사태로 본 플랫폼의 독점 문제’ 관련 긴급 좌담회를 열어 피해 증언과 구조 진단을 진행했다.

카카오는 각종 결제, 예약, 공공인증과 소상공인들이 입점하여 상품을 거래할 수 있도록 문어발식으로 서비스를 확장해오며 국민들의 필수 서비스로 자리 잡아 왔다. 그러나 이번 화재로 15일 15시 30분경 이후로 서비스가 불통되어 19일에야 주요 서비스 대부분이 정상화됐다. 카카오의 위기대처능력이 한없이 부족했고, 카카오 외 대채재가 전무하다는 게 드러났으며, 전국민이 불편을 겪었으나 보상받을 방법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 방안을 논의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좌담회에는 피해 증언에 김홍민 한국통신판매사업자협회 회장,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김성한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사무처장, 구조 진단에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 서치원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가 참석해 발언했다.

카카오로 인한 피해 사례 증언과 함께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총장은 “카카오가 문어발식 경영을 하며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에만 관심을 가졌고, 본질적인 관리·책임을 위한 투자는 놓쳤다. 소비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서비스를 끊김 없이 안정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이라며,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여 시장의 신뢰를 얻고 산업 성장을 이끄는 선순환구조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자율규제가 중요하게 강조되어 왔으나, 1년이 지나도 자율규제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미비하다. 카카오 사태를 통해 전면적인 재검토와 사업자 책임 강화의 필요성을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성한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자체적인 데이터센터도 없이 외주로 판교 데이터센터를 이용해왔고 서버의 이원화와 재난복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이는 급성장한 카카오가 사실상 국민들의 편익 비용절감을 위해 관리책임에 소홀히 한 것”이라고 발언했다.

또 “택시 노동자들의 95%가 카카오 호출에 의존하고 있어 15일 오후부터 16일까지 상당수 운전자들이 운행을 접을 수밖에 없었는데, 오히려 길에서 택시 잡기가 수월했다는 반응이 많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는 카카오가 불공정한 배차 시스템을 만들어 웃돈을 받고 줄 세워 콜 배차해오던 폐해가 양일 사이에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심야택시승차난 완화대책’에서 일부 유료호출에만 목적지를 표시하지 않겠다는 것은 플랫폼에 계속해서 불공정배차를 보장하는 불공정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므로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개인정보 독점 관점에서 빅테크 기업의 플랫폼 독점 문제를 지적했다. 빅테크 기업이 혁신적이라는 통념과 달리, 배경에는 끊임없이 경쟁 사업자들을 인수합병해왔다는 것이다.

오 대표는 “빅테크 기업은 단순히 좋은 서비스 제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배력을 이용해 경쟁 서비스를 가로막아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오히려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카카오톡은 공공기관 인증 연동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주민등록정보를 이용해 본인을 식별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래서 한국 빅테크 기업에서는 주민등록정보와 1대1로 대응되는 CI를 이용해 제휴를 맺어왔다”며 “카카오뱅크는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되기까지 하는 등 플랫폼에는 개인정보가 실명 기반으로 축적되어 있다. 이는 더욱 위험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독과점 문제와 관련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려면 카카오에 축적된 데이터를 옮겨야 하는데 현재는 상호 호환성을 위한 기술적 장치가 없다“며 “독과점을 해소하려면 유럽처럼 플랫폼에 대해 데이터 상호운용성, 호환성, 이동가능성을 보장시키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치원 변호사는 “2021년 카카오의 문어발식 확장의 문제를 지적하는 토론회를 진행했었으나, '시기상조다', '근거가 부족하다'며 논의하지 못했다”며 “(이번 사태는) 그동안 체감하지 못했던 독점 폐해가 드러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유럽이나 미국은 빅테크 기업의 인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인수해야만 하는 이유를 입증해야 허락한다”며 “알고리즘이라는 이름으로 이용자의 경제적 의사결정권을 박탈하는 것이 허용되면 안 되고,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일방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지배력 행사가 정당화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집단소송법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대한 논의와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홍민 한국통신판매사업자협회 회장은 “ICT 기업 특성상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업장을 늘리곤 하는데, 이를 관리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한 것이 문제이고 재발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국회와 정부는 KT와 같은 기간통신사업자는 물론, 부가통신사업자인 플랫폼 기업들도 기간통신사업자에 준하는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고, 이번에 명백하게 확인된 플랫폼 기업의 독점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재검토하여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당장 보상해달라는 것보다, 추후 재발 시 개개인이 소송을 진행하지 않더라도 구제가 가능하도록 미리 제도를 마련해달라는 것”이라며, “국회에서 책임지고 집단소송법과 징벌적손해배상제도 법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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