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h 당 51.6원 인상 시 적자 개선 충분
인상 불가피론 속 물가 상승 압력에 고민 역력

23. 4.13. 한 가정집의 전기계량기.  [사진=박시나 기자]
23. 4.13. 한 가정집의 전기계량기. [사진=박시나 기자]

[시사프라임 / 김용철 기자, 박시나 기자] 전기 가스요금 인상 여부를 놓고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부처 간 이견차가 있어 인상할지 동결할지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전기 가스요금을 인상할 경우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커 인상 우려가 여전하지만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의 적자를 해소하려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의 목소리도 크다.

◆전기 가스요금 인상 부처 이견 속 인상 불가피론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2분기 전기 가스요금의 인상 시기나 폭 등 구체적인 조정계획은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정은 서민생활 안정, 국제 에너지가격 추이, 물가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 공기업 재무상황 등을 면밀히 검토해 전기·가스요금 조정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9일 정부 여당은 당정협의회에서 전기 가스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공감하며 인상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는 이틀 후인 31일 당정협의에서 잠정 보류로 선회했다.

액화천연가스(LNG)·유연탄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하향 추세와 요금 인상에 따른 국민부담을 고려한 것이란 분석이다.

전기 가스요금 관련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인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엄청난 적자로 인해 감당하기 힘든 수준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한전은 지난해 32조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원인은 LNG, 석탄 등 연료비 급등에 따른 전력시장가격이 2배 이상 상승한 결과다. 적자폭을 대폭 줄이기 위해선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게 한전의 입장이다. 한전은 산업부와 한전은 올해 기준연료비를 포함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h(킬로와트시) 당 51.6원으로 산정했다.

한전 관계자는 <시사프라임>과 통화에서 “경영 정상화 방안으로 ㎾h 당 51.6원 인상이 필요한데 올해 1분기에 4분의 1인 13.1원이 인상됐다”며 “이에 맞게 점진적으로 인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가격이 하향 추세지만 불확실성이 크고, 요금 인상 폭이 얼마냐 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외에도 에너지 가격이 얼마큼 변동할지도 따져봐야 하지만 인상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적자폭 개선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세차례 전기요금이 인상됐지만 전력판매단가가 전력구입단가 보다 낮았고 겨울철 전력수요 증가로 인해 적자구조가 심화됐다.

만에 하나 2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가 또 다시 보류될 경우, 자금부족을 겪을 수밖에 없는 한전은 한전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야 할 전망이다.

공사채 발행한도를 확대하는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안이 발의돼 한 차례 부결 이후 임시국회에 재차 상정돼 2022년 말 개정됨에 따라 현행 법 상 최대 6배까지(2027년 말까지 5배) 확대할 수 있어 자금조달여력을 확보한 상태다. 한전의 한전채 발행한도는 103조원이지만 장기사채 잔액 수준을 고려하면 40조원 추가 발행이 가능하다. 올해 8조원의 한전채를 발행했다. 적자가 지속된다면 한전채 발행 한도가 축소될 수밖에 없어 올해 경영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에 전기요금 인상 불가피성을 내세우는 이유다.

22. 11.30. 서울 동대문구의 한 주택가에 설치된 가스 계량기 모습.  [사진= 김용철 기자]
22. 11.30. 서울 동대문구의 한 주택가에 설치된 가스 계량기 모습. [사진= 김용철 기자]

◆물가 상승 압력 인상 고민도 커 

그렇다고 마냥 전기요금 인상할 경우 물가상승 우려가 여전해 고심이 깊다. 물가 관리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요금 인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KB증권 임재균 연구원은 12일 ‘공공요금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공공요금에서 가장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품목은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다”며 “정부는 올해 초 전기요금을 인상한 가운데, 추가 인상을 하지 않더라도 2022년 대비 평균 전기요금은 22.1% 증가. 물가 내 전기요금의 비중은 1.55%이지만, 2023년 물가에 +0.34%p 기여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 입장에서 전기와 가스요금을 동시에 인상할 경우 물가 압력이 높아지는 만큼 전기와 가스 요금 인상시기를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며 “만약, 한전과 가스공사가 추가 요금 인상을 하지 않을 경우 물가 우려는 경감되겠지만, 공사채 발행량이 많아지면서 채권 시장에서는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물가부담은 정부의 고민거리다. 게다가 내년 총선을 불과 1년 남짓 남겨둔 상황에서 민감한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을 올릴 경우 민심 악화 우려 부담이 만만치 않기에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전기요금을 인상하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는 지난 12일 <시사프라임>과 인터뷰 당시 “2/4분기에 올리지 않는다면 정부가 3/4분기에는 더 못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며 “냉방비 폭탄으로 민심이 악화되고 4분기가 되게 되면 총선이 코앞인데 올리면 총선 직전에 민심이 악화되는 것 때문에 공공요금 동결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어찌됐든 정부 여당은 인상쪽에 무게추가 실리는 분위기다. 인상이 불기피한 상황에서 그나마 적기인 2분기에 인상하지 않아 하반기로 미룰 경우 인상은 더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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