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화이트리스트 배제 후 첫 주말
가족, 단체, 외국인까지 방문객 줄이어
“일제 대 독립운동 했듯 이겨나가야”
“日 정부와 국민 분리 대응” 목소리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결정 이튿날인 3일 서대문형무소가 관람객들의 발길로 붐비고 있다.  [사진 / 임재현 기자]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결정 이튿날인 3일 서대문형무소가 관람객들의 발길로 붐비고 있다.  [사진 / 임재현 기자]

[시사프라임 / 임재현 기자]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리스트) 배제 결정을 내린 후 첫 주말인 3일 서대문형무소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일제의 탄압 현장을 보기 위해 몰려든 관람객들의 열정은 막지 못했다. 방문객들은 주로 가족 단위, 단체 단위로 왔고, 외국인들까지 눈에 많이 띄었다. 

일본의 제재에 따른 양국 간 경제 전쟁이 불붙은 탓인지 평소보다 많은 관람객들이 서대문형무소를 찾았다. 

이들은 대부분 일본의 제재 조치에 더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는 데 힘을 실었다. 전 국민이 한마음으로 대일 대응에 동참해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한일 양국 간 갈등 심화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는 않았으나 대체로 더 강도 높은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우세했다. 

서대문형무소 인근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독립유공자 후손인 최모(66)씨는 “지금 일본의 요구를 들어주면 제2, 제3의 사태가 올 것”이라며 “지금보다 더 강력하게 맞대응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에 우리가 임시방편으로 물러서면 일본에 약점이 잡혀서 계속 끌려다녀야 한다. 우리가 일제 시대 때 독립운동을 했듯이 지금 당장은 어려워도 이겨나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서대문형무소를 찾은 박모양(고등학교 1학년)은 “지금까지 한번도 이곳을 와보지 않아서, 이번에 일본 문제도 있고 해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박양은 우리 정부의 대응에 대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더 강하게 대응했으면 한다”고 했다. 박양 스스로도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그는 “평소 일본 영화와 일본 제품을 좋아했는데, 안 보고 안 쓰고 있다”며 “내가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 이거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동참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자녀와 함께 이곳을 방문한 김모(44)씨는 “포항에서 버스 타고 여기까지 올라왔다”며 “시국도 시국이고, 아이들에게 책이나 매스컴으로 보여주는 것보다 역사의 현장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경제 제재 조치를 강력 비판했다. 

김씨는 “일본이 옛날엔 우리를 무력으로 식민지화했는데, 지금은 경제적으로 속박시키려 하고 있다”며 “국민이 단합해 불매운동에 동참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우리가 한 발을 빼면 옛날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이 기회에 전 국민이 각성하고 더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대문형무소 앞에서 만난 임모(27)씨는 “일본은 우리가 언젠가는 벗어나야 할 존재”라며 “이번 기회에 일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동안 우리가 일본에 맨날 당하기만 했다. 이번에 강력하게 대응해서 일본을 압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원래 아사히 맥주를 좋아했는데, 국산 맥주로 바꿨고, 친구들도 요즘은 유니클로 제품을 잘 안 입고 있다”고 귀뜸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결정 이튿날인 3일 서대문형무소가 관람객들의 발길로 붐비고 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결정 이튿날인 3일 서대문형무소가 관람객들의 발길로 붐비고 있다.

일본 정부와 일본 국민을 분리해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아베 정권이 주도하는 일본 정부에 대해선 강력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일본 국민에 대해선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목소리다. 

외국인 관람객에게 외국어 안내를 하는 30대 김모씨는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해야지 일본인 상대로 하면 안 된다”며 “국내의 어느 상점에서 일본인 손님은 안 받는다는 광고를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갈등 격화에 따른 경제적인 어려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대구에서 올라온 전모(55)씨는 “국가 대 국가로 갈등이 커지는 것은 문제”라며 “대구나 구미 지역 상가에 들오가보면 텅 비어 있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 상황이 어려운데 더 어려워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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