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해 아파트 매수 했는데…” 이자 급증에 한숨
고금리에 경기침체 겹치면 부동산 침체기 장기화
건설업계, 미분양 떨기 안간힘…‘돈맥경화’ 심화

①3고 시대- 기업이 위험하다

②3고 시대- 빙하기 맞은 부동산 

③3고 시대- 식탁·식품물가 공공요금 등 안오른게 없다 

대출 금리가 높아지면서 청년들의 내 집 마련에 부담이 되고 있다. 19일 오후 서울 시내 부동산에 붙어있는 매물공고판 [사진=이은지 기자]
대출 금리가 높아지면서 청년들의 내 집 마련에 부담이 되고 있다. 19일 오후 서울 시내 부동산에 붙어있는 매물공고판 [사진=이은지 기자]

[시사프라임 / 김용철 기자] 부동산 한파가 전국을 덮치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갔던 아파트 가격은 ‘추풍낙엽’이다. 이로 인해 저금리 시대 은행 대출 창구를 이용해 아파트를 매수했던 ‘영끌족’들은 현재 대출 이자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급기야 급매로 내놓아 탈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집이 팔리지 않아 여의치 않다.

부동산전문가들은 내후년에야 부동산 한파가 걷힐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 하고 있어 차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고금리 여파가 가계를 짓누르며 부동산 경기는 빙하기 시대가 도래했다.

◆1년 도 안돼 바뀐 부동산 시장…빚에 허덕이는 ‘영끌족’  

지난해 서울 노원구에 6억 대 아파트를 사들였던 이진구 씨(37세)는 취재진과 만남에서 걱정이 앞선다고 토로했다. 부동산 광풍이 불던 지난해 주위에서 하나둘씩 내 집 마련에 나서자 계획의 1순위도 내 집 마련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원래는 전세로 살다가 청약을 통해 아파트를 사들이려던 당초 계획이 틀어진 것이다.

이 씨는 “주위 지인들이 너도나도 대출 끌어모아 아파트를 매수해 1억씩, 1억씩 올랐던 얘기를 들어 이번에 아파트를 매수하지 못하면 낙오자 신세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매수하고 나서 1년도 지나지 않아 실거래가가 이렇게 떨어진 것을 보면 허탈감마저 들고, 매달 대출 이자가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이 씨의 월급은 400만 원 남짓 금융권에서 3여억 원의 대출을 받고 아파트를 매수했다. 대출 이자는 매월 170여만 원가량 통장에서 빠져나간다. 월급에 대출 이자를 빼고 생활비를 제하면 저축은 언감생심이다.

이 씨는 지금은 고통의 시간으로 하루빨리 라도 부동산 경기가 회복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부동산 광풍이 몰아치며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당시 이 씨처럼 ‘영끌족’들의 희망은 1년도 되지 않아 무너지고 있다.

‘시대를 잘못 만난 것 아니냐’는 푸념 섞인 자조와 함께 일부에선 앞으로 원 거래가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손해를 보더라도 급매를 내놓는 실정이다.

미세먼지로 뿌옇게 흐린 서울의 아파트 전경. [사진=임재현 기자]
미세먼지로 뿌옇게 흐린 서울의 아파트 전경. [사진=임재현 기자]

◆‘추풍낙엽’ 주택 매매가격…정부 다양한 처방에도 반전 쉽지 않아

15일 한국부동산원의 11월 전국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종합(아파트·연립·단독주택) 매매가는 1.37% 하락해 10월(-0.77%)보다 하락 폭이 2배 가까이 커졌다. 특히, 6개월 넘게 하락세를 이어간 서울 아파트값은 한국부동산원이 월별 시세 조사를 시작한 2003년 12월 이후 최대 월간 낙폭을 기록했다.

계속되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와 부동산 가격 하락 장기화에 대한 예상으로 관망세가 지속하며 하락폭이 확대됐다. 서울의 경우 노원구의 주택가격 하락폭은 –2.82%로 가장 컸다. 아파트 가격은 중계·상주계동 정비사업 추진 단지 위주로 하락 거래 발생 후 매물가격 하락세가 심화하며 0.98% 하락해 역시 하락폭이 가장 컸다.

이처럼 가격 하락이 지속되자 주택거래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은 내년 이후를 바라보고 있다. ㈜직방이 지난 12일 자사 애플리케이션 이용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내년 주택매수 매수 계획이 없다고 응답한자는 33.0%에 달했다. 66% 응답자는 내년 계획을 꼽았다.

직방 관계자는 “경기침체와 거래 관망으로 각종 부동산 대책이 완화되고 있지만 계속되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대출 이자 부담, 가격 하락 조정 우려 등으로 매수 관망세가 짙어질 전망”이라며 “매도자 역시 급하지 않은 이상 서둘러 팔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매매시장은 당분간 거래 공백기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빙하기에 정부는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다양한 처방전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10일 서울과 서울 인접지역(과천, 광명, 성남 분당·수정구, 하남)을 제외한 지역의 부동산 규제를 전부 해제했다. 그런데도 시장의 반응이 신통치 않자 지난 8일 재건축 규제의 핵심인 안전진단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어 내년 표준주택 공시가격을 2년 전 수준으로 하향키로 했다.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안에 따르면 올해 대비 내년도 변동률은 표준지 공시지가는 -5.92%, 표준주택 공시가격은 -5.95%이다. 현실화율은 각각 65.4%, 53.5%로 2020년 수준으로 회귀한다.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집값이 하락하자 공시가격도 낮춰진 만큼 부동산 보유로 인한 세부담이 덜어질 전망이다.

정부의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 활성화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고금리 여파가 부동산 시장을 덮친 만큼 고금리 고점이 꺾이지 않는 한 어떤 정책을 내놓더라도 시장 상황을 반전시키는 게 어렵다는 분석이다.

◆고금리→경기침체→부동산 침체 장기화 우려도 

내년 1%대의 저조한 경제성장률 전망과 물가에 연동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있다. 아파트 입주물량(30만249세대)은 2022년보다 약 5만 호 순증해 주택 수요부재를 단기 타개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단기적인 주택거래 활성화와 가격상승 반전을 이뤄내기는 제한적일 수 있다”며 “보유세가 경감되며 알짜지역의 매각 고민은 낮아지겠지만, 이자 부담이 과거보다 급증했고 거래와 관련된 취득·양도소득세의 다주택자 중과 이슈로 주택을 자주 사고팔거나 추가 구매하기는 쉽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전문가는 고금리도 문제지만 경기침체가 더 부동산 시장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실물경기가 곤두박질치면 즉, 역성장하면 부동산 시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고금리 태풍이 1차 충격이었다면 마이너스 경제 성장은 2차 충격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3%로 지난 7월 –0.8%보다 더 낮춰 잡았다.

◆건설업계, 부동산 한파에 미분양 증가…중소형 줄도산 위기론도

부동산 한파는 건설업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건설업계는 레고랜드 발 사태로 인한 자금 경색 심화와 미분양이 늘면서 중소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줄도산’ 할 수 있다는 위기론이 나오고 있다.

10월 국내 건설 수주액은 11조2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8% 감소했다 올해 들어 첫 마이너스 기록이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신규주택 수주가 절반 이상 줄어들며 감소가 두드러졌다. 부동산 경기 둔화, 고금리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 자재가격 상승, 자금조달 난항 등 고려 시 향후 신규주택을 중심으로 한 주택 수주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7일 기준 올해 분양은 36.2만 세대로, 37만 세대 안팎이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39.1만 세대 보다 약 2만 세대 줄어든 수준이다.

내년에도 분양시장은 어둡다. 최근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고 평가받았던 둔촌주공이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은 게 단적으로 보여줬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청약 1순위 경쟁률은 163.84 대 1이다. 그러나 올해 21.5 대 1로 폭락했다.

미분양도 골칫거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4만7217호로 전월(4만1604호) 대비 13.5%(5613호) 증가했다. 수도권은 7612호로 전월(7813호) 대비 2.6%(201호) 감소했지만, 지방은 3만9605호로 같은 기간 17.2%(5814호) 늘었다. 특히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 7077호로 전월 대비 1.6%(112호) 줄면서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으나 서울은 오히려 12.3% 증가했다.

건설업계는 앞으로 미분양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권지혜 주택산업연구원은 “앞으로 청약 당첨 후 미계약, 수분양자들의 계약 취소 등으로 미분양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거래, 금융, 세제 부분에서 신속하고 강력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업계는 미분양 증가가 미청구 공사도 증가하는 구조로 가기 때문에 미분양 물량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A 건설업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청약 불패 시기와는 달리 현재는 준공 전까지 미분양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중소형 건설사는 분양 실적에 따라 연쇄 부도 우려가 있어 수주 시기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분양 증가는 건설사 자금 압박은 물론 부동산 PF 사업의 연체율이 높아져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그동안 건설사들은 위험을 분산하면서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 부동산 PF에 기댔다. SPC(특수목적법인)를 설립해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담보로 PF대출을 금융기관으로 받아 운영한다. 부동산 호황 시기에는 부동산 PF 위험이 잘 나타나지 않지만, 최근의 고금리 시대로 접어들며 부동산 침체기엔 유동성 위기론이 불거진다..

실제 롯데건설의 경우 PF 우발채무 상환을 위해 롯데그룹 계열사 및 일본 미즈호은행 등에서 약 1조4000억 원을 긴급 수혈했다.

고금리와 집값 급락으로 인해 현재 부동산 PF는 거의 중단 상태다. 브릿지론과 ABCP(자산담보부 어음)로 지원된 자금의 대체상환이 막히면서 자금난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부동산 PF 사업자 보증 규모를 5조 원 추가확대(10조→15조 원)에 이어, 5조 원 규모의 미분양 PF대출 보증도 내년 1월 1일부터 즉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프라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