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입 없다’지만 금융당국의 관치 논란
조영병 회장 용퇴가 세대교체 시발점
손태승 회장 연임 여부 놓고 깊어지는 고심
세대교체 바람 속 금융권 안정 기조 방점

4대 금융지주. [이미지= 각사]
4대 금융지주. [이미지= 각사]

[시사프라임 / 박시나 기자, 김용철 기자] 올해 금융권은 연말 인사가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용퇴를 결정하고,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연임 여부를 둘러싼 금융당국의 압박(?)이 거세다. ‘관치’ 논란 속 인사 태풍이 금융권을 강타하며 자회사들의 CEO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이밖에 기업은행, BNK금융 등엔 ‘낙하산’ 인사설이 돌며 ‘관치’ 논란을 부채질 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의 자회사 CEO 후보군이 윤곽이 드러난 가운데 이번 금융권 인사의 초점은 ‘세대교체’로 요약된다. 다만, KB금융은 조직의 안정에 방점을 두며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우리금융그룹은 손태승 회장의 연임 여부가 상수로 자리 잡고 있어 자회사 CED 선임은 그 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NH농협금융에는 현 정권 인사로 분류되는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낙점되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세대교체’ 바람과 ‘관치금융’의 묘한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내년 금융권에 ‘정부입김(?)’이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복현 금감원장. [사진=금감원]
이복현 금감원장. [사진=금감원]

◆금융권 ‘세대교체’…금융당국 수장 한마디가 결정타?

올해 3고 현상에 경제 위기론이 퍼지면서 금융당국의 입김이 금융권을 엄습했다. 금융당국의 금융권 간섭은 ‘이자장사’에 대한 여론의 비판에 관리 차원에서 이뤄졌다면 연말이 다가올수록 인사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금융권 안팎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른바 ‘관치’ 논란 확산으로 이어지며 금융권 노조는 연일 ‘낙하산 인사’ 개입설을 주장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한국 경제 위기 속 조직의 안정에 방점을 줄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내년 연임이 유력시 되던 금융지주사 수장들의 교체는 자회사 CEO 교체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현실화됐다.

그 시작점은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용퇴다. 조 회장은 내년 연임이 유력시됐다. 하지만 라임펀드 사태가 연임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14일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유능한 경영진의 선임은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라면서 “최고경영자(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승계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로부터 한 달도 안된 지난 8일 조 회장은 기자들과 만남에서 사모펀드와 관련 “총괄적으로 책임을 지고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전적으로 나의 단독 결정이고 순수한 의도”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금융당국은 ‘개입’은 없다며 선을 그은 상태. 그럼에도 금융권 안팎에선 여전히 의혹의 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현재 신한금융 회장엔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단독 후보로 추천됐다. 신하금융그룹 계열사 인사와 지주 인사를 마무리하며 ‘진옥동 체제’ 출범을 위한 준비를 대부분 마쳤다.

조 회장과 연장선상에 있는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연임은 ‘오리무중’이다. 금융당국의 압박이 노골화되는 가운데 아직까지 손 회장 연임 여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사회는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손 회장의 연임 여부 결정을 내년 1월로 미뤘다.

박상용 우리금융 사외이사는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남에서 손 회장 거취 문제에 대해 “연말까지 공식적으로 논의하지 않는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계획도 없다”며 “내년으로 논의를 미룬 것 자체가 손 회장의 연임을 지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지만 고려해야 할 복잡한 요소가 많았다”고 말했다.

민영화를 이루고 하나금융을 제치고 실적 면에서도 성과를 낸 손 회장의 연임이 유력시 된 상황에서 라임펀드 사태가 그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용퇴를 결정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연임 여부를 놓고 심사숙고 중인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사진=시사프라임DB]
용퇴를 결정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연임 여부를 놓고 심사숙고 중인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사진=시사프라임DB]

◆금융당국,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압박’ 

금융당국은 손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주길 기대하는 모습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에서 분위기는 감지된다. 이 금감원장은 2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사전지정운용제도 현장안착을 위한 퇴직연금사업자 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조용병 회장의 경우 3연임을 할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거꾸로 후배에게 기회를 주는 결정을 보면서 리더로서 개인적으로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손 회장에 대해선 중징계와 관련 “여러 번에 걸친 심도 있는 논의 끝에 사실상 만장일치로 결론 난 징계”라며 “저도 금융위원회의 한 명으로서 전혀 이견이 없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날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고경영자인 손 회장에게 라임 펀드 책임이 명확하게 있다”고 당위성을 강조했다.

조 회장이 용퇴를 결정한 만큼 손 회장도 용퇴를 결정해달라는 압박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손 회장이 연임 승부수를 띄우려면 금융당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하지만 이 금감원장은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며 압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진퇴양난’에 빠진 손 회장이 올해 안에 용퇴 결정을 내릴지 아니면 행정소송을 통해 연임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세대교체 바람 속 안정 기조…KB금융, 내실화에 주안

‘관치’ 논란의 중심에선 금융권은 세대교체 작업이 진행 중이다. 글로벌 경제 위기에 ‘위기 관리’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지면서 위기 관리형 CEO 후보를 추천하는 모양새다. 변화 보단 안정 기반으로 조직을 움직이겠다는 계산이 깔린다.

‘진옥동 체제’ 출범을 앞둔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20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와 이사회를 열고 은행과 카드, 보험(신한라이프) 등 3개 핵심 자회사에 신임 CEO 후보를 추천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차기 회장인 진옥동 행장 추천에 따른 자연스러운 세대교체 진행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장 후보인 한용구 현 부행장, 신한카드 사장 후보인 문동권 현 부사장, 신한라이프 사장 후보인 이영종 현 퇴직연금사업그룹장은 66~68년 생으로 50대에 속한다. 내부 승진을 통해 조직의 안정을 꾀하는 동시 ‘젊은 피’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데 힘을 쏟겠다는 속내로 읽힌다.

앞서 먼저 인사를 단행한 하나금융지주도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하나은행, 하나증권, 하나카드 이상 3개 주요 관계회사의 최고경영자(CEO) 후보 추천을 마무리 지었다. 현 CEO를 모두 교체한 것으로 후보자들은 63~64년생으로 60대에 해당한다. 조직 안정에 안정적인 영업력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특히, 통합 메시지도 시사했다.

하나은행장에 외환은행 출신의 이승열 하나생명보험 사장을 내정하면서, 하나와 외환은행의 화학적 통합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평가다.

하나증권 사장에 강석묵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사장, 하나카드 사장에는 이호성 하나은행 영업그룹 총괄부행장을 추천했다.

KB금융그룹은 현 대표체제를 대부분 유임하면서 세대교체 기조와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내실 다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임기 만료를 앞둔 8곳 계열사 대표 중 KB증권 KB손해보험 KB자산운용 KB캐피탈 KB부동산신탁 KB인베스트먼트 KB신용정보 등 7개 계열사의 대표 후보에 현 대표를 재추천했다. 이들 대표들의 임기는 1년이다. 윤종규 회장은 내년 말 임기를 앞두고 있다. 이에 내년 연말에 세대교체 단행이 유력시되며 그 폭도 큰 폭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금융은 손 회장의 연임 여부에 따라 인사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이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고 않고 있고, 이사회 역시 내년으로 논의를 미룬 영향이다. 내년 주주총회 앞서 한달 내에 회장 후보 추전을 마무리해야 하는 만큼 계열사 대표 인사 시기는 자연스럽게 내년으로 미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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