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4월 이후 처음으로 장중 1,470원 돌파
9월 말 이후 달러 대비 원화 가치 4.1% 감소...주요 통화 중 감소폭 가장 커
환율 상승 시 CET1 비율 하락 우려
생산적 금융 확대 따른 기업대출 공급 증가...연체율 상승 주의

5대 은행 CI.  [사진=시사프라임DB]
5대 은행 CI. [사진=시사프라임DB]

[시사프라임/이가현 기자]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1,470원을 넘어서는 등 원화약세로 인한 고환율 기조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율 상승과 생산적 금융 확대가 맞물리며 은행권의 건전성 관리 부담 역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 4월 이후 처음으로 장중 1,470원을 넘어섰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75.40원을 터치하며 고점을 기록한 후 오후 3시 20분 기준 1,468.70으로 소폭 하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의하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 말 1,402.9원에서 이달 11일 1,463.3원으로 올랐다. 해당 기간 중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4.1% 감소하며, 주요 통화 중 감소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원・달러 환율은 미 달러화 강세, 다카이치 내각 출범 이후 재정・통화정책 기대 변화로 인한 엔화 약세,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지속 등의 영향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전날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최근 원화 약세는 미국 AI 관련 주가 변동성, 미 정부 셧다운 우려, 달러 강세, 일본의 정책 불확실성, 한・미 투자 패키지, 미・중 무역 관계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한 것으로 설명하며 “환율이 과도하게 움직일 경우 개입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경우 시중은행의 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환율이 높아지면 RWA(위험가중자산)가 증가하고, CET1(보통주자본)비율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환율이 10원 오를 경우 CET1비율이 0.02~0.03%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CET1비율은 금융회사의 손실흡수능력 평가 기준이 되며, 주주환원 정책의 기준으로도 활용된다. 국내 금융지주는 일반적으로 CET1비율 13%를 기준으로 잡고 있는데, 만약 환율 상승으로 CET1 비율이 하락하면 주주환원 정책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편 ‘생산적 금융’ 확대도 은행권을 긴장하게 만드는 요소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대전환 기조에 따라 은행권은 기업대출 및 모험자본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기업대출은 가계대출에 비해 RWA가 높게 산정되기 때문에 고환율에 더해 기업대출 확대 압박까지 더해지면 은행권은 CET1비율 관리에 더욱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 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말 기준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675조 8,371억원으로 9월말에 비해 4조 7,495억원 늘었다. 9월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 역시 0.53%로 지난 2017년 1분기 이후로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내며 은행의 건전성 관리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고환율 속 건전성 관리와 관련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사프라임>과의 통화에서 “환율이 올라가면 해외에 나가 있는 대출 자산들을 원화로 환산했을 때 금액이 커진다. 원화로 RWA를 산출하다보니 건전성에 있어 악화되는 부분이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환율 상승에 대비해 대응하는 체계를 마련해두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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